‘베트남신부 잘 대해 달라’는 찌엣 주석
‘베트남신부 잘 대해 달라’는 찌엣 주석
  • 신아일보
  • 승인 2007.11.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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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딸이 시집간 겁이다.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잘살 줄 알았습니다. 딸이 죽기 전에도 전화했는데 이 어미는 들어주지도 못했습니다.’
8월 21일자 베트남 신문 ‘뚜오이째’는 딸을 한국에 시집보낸 한 베트남 여성의 통한(痛恨)을 전했다.
대구 달성군으로 시집간 딸이 집에 감금된 채 지내다 남편이 출근 한 사이 아파트 난간에 커튼을 매달고 밖으로 나가려다 떨어져 숨졌다. 이뿐만 아니다. 충남 천안에선 베트남 출신의 어린 신부(19)가 결혼한 한달 만에 남편(46)한테서 갈비뼈 18개가 부러지는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
이 충격적인 사실에 베트남인들을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며 분노 했다. 지난해 한국에 시집온 외국계 신부는 모두 3만1180명이고 그 중에는 베트남 출신도 5822명이나 된다.
외국계 신부들의 인권 문제를 이대로 방치 했다간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응우엔 민 찌옛 베트남 주석은 임홍재 베트남 주재 한국 대사에게 신임장을 접수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모든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한국 거주 베트남 여성들이 잘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까지 했겠는가.
한나라의 국가수반이 자국 주재 신임 대사에게 이 같이 언급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의 홀대와 차별이 얼마나 심했으면 친정나라 국가수반이 관심을 표시했을까.
하티키옛 베트남 여성연맹 주석은 신부폭행을 막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간에 사업공조 협정을 맺자고 제의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는 한국내의 외국계 신부 인권 침해에 대해 경고했다. 최근 이주 여성 정착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갖가지 개선책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외국인 신부들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한 채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지역에 사는 이주여성 10명중 1명이 신체적 폭력, 3명은 언어 폭력에 시달린다고 한다.
현재 정부는 신고제로 되어있는 결혼중개업을 등록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결혼 중개업 관리에 관한 법률안’과 이주여성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다문화 가족지원 법안’을 발의 해놓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원적으로 이주여성 문제는 결혼주선부터 우리사회에 적응 할 때까지 지원체계를 구축해 국가 사회 전체가 각별하게 배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