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문화 선진화 없이 선진국 될 수 없다
운전문화 선진화 없이 선진국 될 수 없다
  • 김 강 정
  • 승인 2012.09.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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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선진국 문턱에 올라 있다.
그러나 교통질서만큼은 아직도 엉망이다.
두 차례에 걸쳐 우리의 운전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장면 1. 안전거리가 실종된 고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앞 차와 안전거리를 지키다 보면 뒤에서 바짝 붙어 오는 차 때문에 겁날 때가 많다.
대형 트럭일 때는 추돌 참사 위협까지 느낄 정도다.
그렇다고 안전거리를 지키기도 쉽지 않다.
앞차와 조금만 틈이 생겨도 여지없이 끼어 드는 얌체족들 때문이다.
시속 100km일 때는 110m 이상, 110km면 120m 이상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 개념조차 없는 운전 문화다.
그래서 툭 하면 대형, 다중 추돌사고가 일어난다.

#장면 2. 안전거리 준수가 낳은 독일 아우토반의 기적

파리 특파원 출신 어느 여기자가 일간지에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한다.
그녀가 독일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여행 때 겪은 얘기다.
"시속 180㎞ 넘는 속도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아우토반에서 옆 차선으로 핸들을 트는 순간 가족을 태운 차가 아우토반을 가로질러 커다란 원을 그리며 360도로 돌기 시작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봤던 온갖 교통사고가 머리를 스쳐갔다.
뒤에서 트럭이 달려오다 덮치면 일가족 몰살, 승용차에 부딪혀도 최소한 중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략> 순간 놀라운 장면이 시야(視野)에 들어왔다.
아우토반에서 무섭게 질주해 오던 차들이 내 차를 보고 일제히 멈춰 선 것이었다.
충분하게 안전거리를 두고 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차는 아우토반 위를 두어 바퀴 돌다가 중앙 분리대를 10여㎝ 남겨놓고 기적처럼 멈춰 섰다.
심호흡을 하고 다음 휴게소까지 운전해간 다음에야, 참았던 공포가 밀려오며 손이 덜덜 떨렸다"

#장면 3. 있으나마나 한 고속도로 지정차로제

도로교통법은 고속도로에 지정차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버스 전용차로가 적용되지 않는 구간에서 1차로는 추월차로이고, 승용차는 2차로, 버스는 3차로, 대형 화물트럭은 4차로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승용차가 앞 차를 앞질러 가려면 주행차로에서 추월차로인 1차로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추월차로가 더 느린 경우가 많다.
도로교통법에 추월차로와 차종 별 주행차로가 지정되어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 지정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달리면서도 계속 1차로만 달리는 운전자들 때문이다.
심지어는 트럭이 들어올 때도 있다.
이렇다 보니 3차로나 4차로가 추월차로를 대신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장면 4. 일본 국민의 성숙한 운전매너

몇 년 전 일본 시골 여행에서 버스로 고속도로를 이동할 때 본 광경. 시골인데도 차량이 꽤 많았다.
문득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차들이 약속이나 한 듯 1차로를 이용해 앞차를 추월하자마자 곧바로 2차로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
두 시간이 지나도록 이를 어기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신기할 정도였다.
보기에도 아주 좋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나 휴지를 던지는 행위, 길이 막힌다 하면 버스 전용차로나 갓길 진입도 서슴지 않는 얌체족들, 고속도로 진출입 때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도 기어코 새치기하는 운전자들…. 이런 상황에서 추월차로, 안전거리 등을 말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일본 지진 대참사 현장을 취재하고 있는 한 일간지의 보도 내용이다.
"약 400㎞를 자동차로 달리는 동안, 센다이 번호판을 단 차량이 꼬리를 물었다.
소식이 끊긴 가족, 피해를 본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초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고 달리기를 반복하면서도 끼어들거나 과속으로 질주하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침착했고 순서를 지켰다.
그렇지 않았다면 차량이 뒤엉켜 고향 길은 마비됐을 것이다” 교통질서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기초질서다.
무너지면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간다.
기초질서가 서지 않고는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교통질서는 법 이전에 운전자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준수해야 한다.
선진사회는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