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배우려는 외국인들과 부정하는 한국인들
한국을 배우려는 외국인들과 부정하는 한국인들
  • 조 휘 갑
  • 승인 2012.09.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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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교환교수로 갔던 C교수가 겪었다는 얘기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세계에 유례없는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한 요인이 무엇이었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평소 한국 현실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판적이었던 그인지라 처음에는 당황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성실성, 부지런함 등을 들며 적당히 대답해 주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은 이미 세계 유명 대학애서 주요 연구 대상이다.

발전경제학이라고 하면 그 사례에는 으레 한국의 경제발전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많은 나라들이 한국의 발전전략을 연구 하고, 발전경험을 배우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이처럼 한국을 부러워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진국 모델을 따라가면 수백 년이 걸릴 일을 한국모델을 따라 하면 수십 년 만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1960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79달러로 아프리카 최빈국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했던 우리나라가 불과 반세기만에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3위이고, 무역규모는 세계 9위이며,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20대 강국(G20)대열에 뛰어올랐으니 이 꿈 같은 역사를 어찌 배우고 싶지 않겠는가. 이렇듯 남들에게는 부럽고 배우고 싶은 우리나라 현대사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현대사를 폄훼하다 못해 아예 부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우리의 경제발전이 시장경제체제와 대외개방정책 등 정책선택을 잘 했기 때문도 아니고 정치 지도자가 특별히 잘해서도 아니라고 본다.

그저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며 국민들이 부지런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누가 정치를 했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우리현대사를 오로지 독재와 부정부패의 역사로서만 인식하려고 한다.

심지어 일부는‘오욕의 역사’운운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을 가르치기도 한다.

6.25남침전쟁까지도 대한민국에 책임을 돌리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그리고 인권과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북한의 참담한 반인륜적 독재와 인권유린을 애써 모른 체하고 오히려 옹호하기까지 한다.

참으로 이중적이고 자기모순에 차 있다.

이러한 행태는 북한의 변화를 막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자신을 옹호하는 세력이 남쪽에 많다고 생각하면 공산화통일의 꿈을 쉽게 포기하려 않을 것이고, 체제변화를 가져올 것이 뻔 한 개방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할 것이다.

그들은 소련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한 후 왜 뒤늦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북한은 왜 절대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들은 경제발전으로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문화수준이나 시민의식이 높아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반이 된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나라 역사도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잘못한 것과 고쳐야 할 것도 많고 자랑스러운 것도 많다.

그래서 우리 현대사 전체에 대하여 균형 잡힌 인식을 갖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만 깊게 고착돼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히면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서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다른 의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무조건 반대만 한다.

나아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소통과 화합을 도모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개도국들에게'빠른 경제 성장을 실증하는 눈에 보이는 희망'이 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더욱 더 선진화의 길을 달리고 국격(國格)도 높여야만 한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 그리고 비뚤어진 의식을 바로잡고 고쳐서 정의롭고 살맛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도 우리가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들이 인정하고 부러워하면서 배우고 싶어 하는 우리 현대사에 대한 자긍심부터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바탕 위에서 아직 부족한 점들을 찾아내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