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어떻게 가능한가
경제민주화 어떻게 가능한가
  • 탁 승 호
  • 승인 2012.08.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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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풀 마인드(Beatiful Mind)'를 본 적이 있다.

정신분열로 방황하는 천재수학자 존 내쉬의 아내 알리샤의 헌신적 사랑이 감동적이었다.

또한 대학원생 내쉬가 친구들과 술집에서 금발미녀를 두고 내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미녀를 차지하기 위해 자유경쟁을 하자고 친구가 말하자 ‘우리 각자 금발의 미녀를 두고 경쟁하면 승자는 한명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녀의 친구들과 팀 대 팀으로 행동(협상)하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이것은 개인의 이익추구가 곧 공공의 이익이라는 고전 경제학자 아담스미스의 자유경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후에 내쉬균형이론(게임이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최근 세계 각 국은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불신, 자본주의의 탐욕, 빈부격차 심화, 취업난과 실업자 양산 등으로 사회적 갈등과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소수의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이른바 승자독식사회다.

여기서 소외된 대다수의 서민들은 ‘일자리를 달라, 공정경쟁과 분배정의를 실현하라’고 외치며 시위에 나서는 등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과 구조적 모순을 이미 150년 전에 간파한 칼 맑스(Karl Marx)의 예지가 신기할 정도다.

그 동안 자본주의는 산업자본주의, 독점자본주의, 수정자본주의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의 내재적 모순을 수정 보완하여 왔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시장경제원리(아담 스미스의 자유경쟁원리)를 중시하거나, 정부개입(케인즈의 시장개입)원리를 중시하는 등 경제사상의 흐름도 변천해 왔다.

70년대 후반부터 신자유주의사상이 지배하면서 정부의 시장규제 철폐, 공공부문의 민영화, 통화주의 정책, 기업경쟁력 강화정책 등을 통해 성숙한 자본주의를 구가(謳歌)하는 듯싶더니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들어 ‘따듯한 자본주의 4.0’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정부와 시장(민간)의 상생협력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재강조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부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하는 소위 ‘움켜잡는 손(Grabbing hand)’이론이 제시되기도 한다.

이것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자유시장원리)과 보이는 손(Helping hand, 정부개입)을 절충한 일종의 혼합형이라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핫 이슈로 떠 오른 경제민주화도 이러한 배경과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재계, 학계 각각 입장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며 쟁점화 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개념자체를 모르겠다거나, 용어자체에 거부반응을 갖는 사람, 경제민주화는 구체성이 없는 대선용 공약이라는 비판, 경제민주화의 미명하에 재벌개혁(해체)을 겨냥한다고 보는 시각, 성장보다 분배에 치우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헌법상의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 등 실로 다양하다.

경제민주화의 개념과 내용에 대해 아직 이론적 정의나 국민적 합의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헌법 119조 2항에 명시된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라는 조항을 통해 유추 해석할 수 있다.

필자가 정의한다면 경제민주화는 자본주의체제의 경제질서가 보장되도록 시장경제질서의 왜곡현상과 격차현상을 바로잡는 것이다.

한마디로 공정한 경쟁과 분배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 동안 짧은 세월에 (정치적)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룩한 과정과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경제민주화의 취지와 필요성은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혹자의 말대로 헌법상 경제민주화조항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있지만, 변칙적 소유지배구조, 독과점횡포, 담합, 편법(불법)적 상속증여, 무분별한 업종확장과 골목상권 잠식,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은 여전하다.

더구나 청년백수 급증, 대졸생 취업난, 서민생활고를 외면한 채 천문학적 연봉을 즐기는 은행장과 공기업 및 대기업 CEO 등 일부 승자들의 탐욕적 행태가 사회갈등과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실효성 있는 추진을 위해서는 구체적 내용과 정책과제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주요 쟁점사항들 예컨대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 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강화, 보편적 복지확대 등은 실현가능성과 국민경제적 파장을 신중히 따져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재벌의 역기능은 줄이되 순기능은 최대한 살리는 것이 경제발전과 국가경쟁력 유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국민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보답할 차례다.

국민정서가 계속 악화될 경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정치권은 섣불리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이다가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워낙 좋지 않고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