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우대받는 풍토 조성을
‘전문인’우대받는 풍토 조성을
  • 신아일보
  • 승인 2007.09.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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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 열 본지주필

‘번쩍인 것이 다 보석이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다. 외모만 보고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외모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여기에 외모란 비단 얼굴 생김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출신, 학벌, 배경, 지위 등 사람의 겉모습을 이루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간판’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인격이 훌륭해도 간판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목받기나 인정받지 못한다.
우리사회에 팽배한 간판만능 주의다. 간판의 대표적인 것이 학벌이다. 사람의 능력을 평가 할 수 있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도 우리는 지나치게 학벌을 중시한다.
사람을 처음 소개받거나 알게 됐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그 사람은 어느 대학을 나왔다’라고 말하는 사회가 한국사회다. 출신대학에 따라 능력은 물론 교양과 인품까지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구별하려는 경향에서 자유로운 한국 사람들이다. 학벌이 부재한 사회는 없다. 오랫동안 대학 평준화를 이뤄온 독일에서도 어느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가는 자연스런 관심사다. 다만 우리사회처럼 어느 대학 출신인가가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학벌사회라는 말 자체가 문제를 웅변한다. 산업사회 자본주의 사회라는 말처럼 학벌이 구조화 돼서 전체사회의 재생산 메커니즘이 돼있는 것이 학벌사회다. 학벌에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튼튼한 네트워크인 졸업장을 따야 하기 때문이다.
기회만 닿으면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 좀더 급한 사람들은 자녀들을 조기 유학을 보낸다. 조기 유학을 보내려니 가족이 헤어져야 한다. 그러니 기러기 아빠가 양산되기도 한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불행의 악순환은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동안 학벌사회를 어떻게 개혁할지 에 대해 여려 정책들이 제시돼왔다.
특히 우리사회 전반에 능력위주의 공정경쟁 시스템은 도입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이런 제도 도입이 사회 각 부분의 저변에 뿌리박고 있는 학벌 지상주의의 병폐가 사라지게 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있을 것을 기대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출신학교 서열화 구조에서 파생된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출신학교에 따라 인간도 서열화하는 왜곡된 풍토가 만연 한 것이 사실이다. 단 한번 치르는 수능시험을 통해 대학간판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개인적인 능력과 자질이 그 같은 타율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등의 불합리가 엄존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학력차별로 유발되는 사회적 갈등은 봉합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학벌이 아니라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정착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우선 학벌보다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 모두 공감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간판에 이처럼 집착하지 않는다. 중졸이면 어떻고 고졸이면 어떤가. 실력을 갖추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그룹 고(故)정주영 회장은 초등학교 출신으로 재벌 그룹의 총수가 됐고 한국근대화 과정의 주역이었다. 물론 이런 인물들은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해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무조건 부르짖을 수는 없다.
학벌보다 능력이 우선 돼야 한다는 변화는 일고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급격한 사회적 변화를 겪었고 그 대표적인 것으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 우리 사회가 어떤 학벌을 지닌 사람인가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인가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즉 어떠한 여건에서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인이 우대 받는 사회가 된 것이다. 각 대학은 앞으로 ‘어느 학교출신’이 아니라 ‘전문인’을 양성하고 배출해야 한다. 대학에서 졸업생을 배출 할 때 각 기업에서 가장 많이 하는 불만은 현장의 적응력이다. 대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될 때 적응력이 부족해 기업에서 일정기간 재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면 기업 측에서는 창의력이 있는 신입사원을 발굴하기보다 경력자우선으로 사람을 선정하게 된다. 이런 풍토에서 벗어나기 위해 학교는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전문인을 양성하고 사회는 그전문인으로 하여금 현장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창의적이면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학벌사회가 아닌 능력사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 되야 한다. 먼저 기업 정부를 포함한 사회조직들을 학벌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한다.
또는 신규인력을 채용할 때 학력 기재 난을 삭제하거나 공직의 경우 지역 할당제를 실시하고 학벌에 따른 차별 금지법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의식변화도 중요하다.
이런 인재 양성이야말로 우리사회 고질적인 학벌병을 퇴치하고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전문인 위주의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이 스스로의 자질을 믿고 분야를 선택하게 되는 젊은 에너지야말로 우리사회를 윤택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라 하겠다.
증명서 하나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간판 만능주의는 하루 빨리 사라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