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을 대하는 또 다른 방법
가뭄을 대하는 또 다른 방법
  • 한 상 준
  • 승인 2012.06.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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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 극심하다.

우리로서는 104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이고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곡창지대에도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벌써부터 농산물 가격의 급등,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우려하는 신문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다행히 강화지역은 일찍 모내기를 끝냈을 뿐 아니라 가뭄을 예측하고 논물을 가둬놓은 부지런한 농업인들의 지혜와 저수지 고갈에 따라 하천수라도 공급하기 위해 때 이른 더위에 모기와 전쟁을 치르면서도 24시간 양수기 옆을 지키며 비상근무에 임하고 있는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아직까지 다른 지역보다는 피해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저수지는 사수위를 드러내고 있고 이번 달 말에나 비소식이 있다는 장기 기상예측은 적정 농업용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본인의 가슴도 타들어가게 만든다.

한편으로 전국적으로는 저수지의 가뭄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준설이 한창이다.

물을 가두고 있는 동안 손 댈 수 없었던 저수지 바닥의 퇴적토를 거둬내고 내용적을 키워 담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부영양화로 인한 적조나 녹조 현상 등 수질오염의 주범인 침전물들도 말끔히 거둬내고 새롭게 저수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하지만 강화지역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준설계획은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준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계법령과 규정에 의해 실시되는 농업용 저수지의 준설은 그 대상을 “가뭄 상습지역의 주 수원공 중 토사 퇴적량이 많아 용수가 부족한 저수지를 우선하여 추진한다.

”라고 규정하여 유역면적이 없거나 적어 토사 퇴적량이 적은 대부분의 강화지역 저수지는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강화지역의 수리환경을 들여다보자. 강화지역은 도서지역임에도 산간지가 많아 자연강우 시 물의 유출속도가 높은 반면, 하천 길이는 짧아 곧장 바다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조들은 낮은 지역의 논이나 담수지의 물을 용두레 등을 이용하여 다단계로 퍼 올려가면서 관개용수를 확보했던 ‘턱질’이라는 수리방법을 사용했는데 많은 경우 6턱질, 즉 6단 양수까지 했다고 하니 물 부족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그간 계속적인 농업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 왔으며 물 부족 상황도 많이 개선되어 왔으나 근본적인 해결이 된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부족한 수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공사에서는 일단 논으로 공급된 물을 배수로에서 저수지로 양수, 다시 급수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불가피한 선택이긴 하지만 배수로의 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부유물, 침전물이 함께 유입되어 수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여전한 고민으로 남는다.

따라서 준설은 저수지의 내용적을 키워 강화지역의 오랜 현안인 용수부족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에도 대비하고 더불어 수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령 및 규정에 의해 제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조바심과 준설의 적기를 그냥 지나치고 있다는 안타까움만 더해가는 요즘이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지금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역사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최악의 자연재해 발생을 경고하고 있고, 한반도의 경우에도 잦은 폭우, 국지성 호우, 아열대기후로의 변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가뭄도 104년 만의 일이라지 않는가. 따라서 다시 이런 가뭄을 겪고 싶어 하지 않는 강화지역의 농업인들을 위하여 내용적을 키워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령과 규정을 완화하여 준설을 시행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생각으로 내일을 기다리지 말라”는 경구는 지금 우리에게 더욱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