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
책 읽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
  • 탁 승 호
  • 승인 2012.04.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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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를 ‘독서의 해’로 정하고 책 읽는 사회풍토조성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3월초 실시한 ‘독서의 해’ 선포식을 시작으로 독서토론회, 독서왕 선발대회, 인문학 강좌 독서특강, 독서마당 책 잔치행사 등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국민의 독서열이 낮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가까운 일본이나 선진국에 비해서 크게 떨어진다는 것도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독서 실태조사는 우리국민의 독서율(1년간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의 비율)은 2004년 76%, 2009년 71.7%, 2010년 65%, 2011년 66.8%로 지속적 하락추세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년 6월 한 시장조사전문기관이 한, 중, 일, 대만 4개국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등장이 독서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다.

지하철, 버스에서 독서 대신 휴대전화를 보는 비중이 우리나라가 76%로 가장 높았고 중국(75.0%), 대만(54.3%), 일본(54.1%) 순이었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독서시간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일본은 응답자의 19.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48%가 동의하여 우리사회의 실상을 여실히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요즈음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보면 승객들 다수가 휴대폰(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러 주변을 살펴보면 책 읽는 사람은 가물에 콩 나듯 발견할 수 있는 정도다.

‘대체 무엇을 보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발동되어 살짝 엿보면 대부분이 문자메시지나 트위터 주고받기, 뉴스검색, e-메일확인, 게임놀이 등이다.

개중에는 이어폰을 끼고 전화나 음악감상을 하고,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소위 전자책(e-book)이라도 읽으며 독서를 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에는 지하철 선반이나 좌석에 놓인 신문이나 가판지라도 읽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나마 언제부터인가 수거해가는 바람에 이제는 그러한 모습도 별로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독서에 게으른 우리국민들이 스마트폰과 태플릿PC(인터넷)의 영향으로 더욱 책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등의 역할과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요즘 대세인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도모하고, 관심분야의 정보나 지식을 신속히 입수하며, 무료한 시간을 더불어 보낼 수 있는 편리한 이기(利器)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자칫하면 단편적 지식이나 편견에 빠져들어 넓고 깊게 사유(思惟)하는 능력과 중용(中庸)의 판단능력을 상실하기 쉽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집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떠다니는 뉴스나 일방적 주장 또는 선정적 영상 및 자극적 언어에 현혹되어 섣부른 판단이나 오해를 하기 쉽고,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고에 사로잡힐 수 있다.

어찌 보면 지금 우리사회가 근거없는 유언비어와 정체모를 괴담, 무책임한 악플과 심각한 욕설비방 등에 시달리고 있는 현상도 바로 이 같은 부작용과 역기능의 산물(産物)일지 모른다.

세계적인 IT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George Carr)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인터넷과 스마트기기의 발달이 즉흥적이고 주관적이며, 깊이를 잃어버린 가벼운 현대인을 양산해낸다”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스마트기기)중독이 뇌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인지 및 정서능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지 않은가. 이제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에 너무 시간을 뺏기는 일상에서 벗어나 책을 가까이 하고 독서를 즐기는 습관을 가져보자. 독서를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감동을 받으며 폭 넓게 사고하고 깊이 사색하며 이성(理性)과 지성(知性)을 얻는 방법을 터득하자. 책을 읽다 좋은 구절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반추해보고 그러다 피곤하면 눈을 들어 높은 하늘과 푸른 나뭇잎을 바라보며 잎새에 이는 바람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자. ‘독서의 핵심은 사색(思索)이다.

인간은 독서를 통해 뇌 조직을 재편하고 이에 따라 사고능력과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교수가 그녀의 저서 “책 읽는 뇌(Story & Science of the Reading Brain)”에서 한 말이다.

모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범사회적 독서캠페인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거나 유명무실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영국은 1998년과 2008년에, 일본은 2010년에 국민의 독서력 증진을 위해 ‘독서의 해’를 추진한 바 있다.

아무쪼록 정부에서 준비 중인 독서풍토조성운동이 중앙부처, 지자체, 도서관, 독서단체 등과의 유기적 협력으로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올해 ‘독서의 해’를 계기로 독서가 생활화되어 가정과 학교와 직장에서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책 읽는 모습, 책 읽는 소리가 가득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