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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One Shot)’서부 카우보이문화
‘원샷(One Shot)’서부 카우보이문화
  • 신아일보
  • 승인 2007.06.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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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을 마시고도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든다
같은 풀을 뜯고도 사슴은 순한 품성을 지니고 코뿔소는 사나운 성품을 지닌다

같은 술도 이태백이 마시면 ‘월하독작(月下獨酌)’의 경지, ‘석 잔술은 마시면 노장(老莊)의 이른바 무위자연의 대도를 깨우칠 수 있고, 한 말술을 마시면 자연의 섭리 그 핵심과 합치된다. 다만 나는 취중의 그 흥취를 즐길 뿐 술 못 마시는 속물들을 위해 아예 그 참 맛을 알려줄 생각이 없다’가 된다.
반면에 은나라 주(紂)와 주나라 여왕(女王)은 술 때문에 나라를 망쳤고 동진(東晋)의 유유(劉裕)는 남의 나라를 망쳤다. 연산군의 황음도 술에서 비롯되었다. 술을 예로부터 잘먹으면 약이요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다.
옛날 독서청공(讀書淸供)하는 문사나 선비들은 청아한 분위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술을 즐겼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호방한 인물인양 떠받들고 요즘의 폭탄주라는 그릇된 유행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우리는 50년대의 서부극에서 위스키에 취한 카우보이나 정의의 사나이들을 보았고 그리고 그들의 횡포나 포악한 장면을 보면서 성장한 세대가 지금의 50-70대의 세대들이다. 그러나 서부영화로부터 술을 음미하면서 담론하고 서서히 시간을 돌이며 마시는 것이 아니라 원샷(one shot)으로 단숨에 쫙 마셔버리는 것이라고 배우게된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잘못된 우리나라를 만취사회로 만드는 독특한 폐습까지 술 습관에 한몫을 하고 있는 소위 폭탄주라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관료사회에 까지 폭탄주가 유행하게되었다. 서양에도 음유시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처럼 풍류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선조 들은 술을 취하기 위해서 먹었고 술이 목적이 아니라 풍류와 담론과 우정과 사랑을 위한 일종의 촉진제나 매개체로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달리 술자리가 보다 우아하고 정감스럽고 단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된다. 술이란 것이 성경의 기록처럼 노아는 취해서 발가벗고 떨어져 잤고 아부라함도 취하여 개처럼 긴 것을 보면. 그리고 시선 이태백도 달빛 어우러진 연못에 대취하여 뛰어들고 두루미 타고 하늘나라 여행을 떠났다는 옛 얘기를 듣노라면 어느 누가 많이 마신 술이 취하지 않을 수 없고 실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마는 오늘날처럼 시끄럽고 아수라장이 되는 술집시대가 우리역사에 언제 또 있었을 것인가 싶다.
그리고 폭탄주는 엄청난 속도전으로 우리사회의 성과 지향적 전투주의와도 궁합이 맞은 것이다. 하지만 폭탄주를 상용하는 음주관습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끼치는 엄청난 무형의 해약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일차적으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연관 되어있다. 술은 예술과 문화의 일부분이다. 향과 맛 색깔을 음미하고 술자리에 함께 해 더없이 정겨운 사람들에 취하다보면 저절로 흥에 겨워진다.
언제 어디서라도 술이라는 매개체는 음악과도 어울리고 조각 그림 전시와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다. 우리가 경제성장이 고도화되고 선진사회가 되면 술의 종류도 값싼 독주의 소주시대가 가고 포도주나 기타 전통주 등 고급화 시대가 될 것이다.
현대의 모든 과도기적인 문화가 선진문화로 정립 정착 되게 되면 정치에 분노하거나 경제에 시달이거나 각종 생활 여건에 열올리며 욕해댈 일도 줄어들고 가족관계도 원만해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사회가 격렬하고 강개 할 일들이 줄어들 것이며 자연 술자리에서 마시는 술도 부드러워지고 성품도 온화해질 것이니 술을 취하고 비분강개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마시게 될 것이다.
사실 세월 따라 익혀 가면 자연이 없어질 것이니 우리도 어느 나라보다 분위기 좋은 술집시대가 올 것이다.
옛글에 ‘불위주곤 주유병(不爲酒困 酒猶兵)’이라 했다. ‘술 때문에 곤경을 겪은 일을 하지 말라 술은 무기와 같은 뜻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몸을 해친다’라는 경고다.
세종대왕이 계주교서(戒酒敎書)를 반포한 것은 재임15년 1433년의 일로서 대왕은 이 글을 주자소에 명령 중앙과 지방에 널리 알리도록 하였다. 우리나라의 일로 말하면 옛적에 신라가 포석정에서 무너졌고 백제가 낙화암에서 망한 것이 모두 술 때문이었고 고려의 말세에 위와 아래가 서로 본떠서 술에 빠져 스스로 방자하다가 망하는데 이르렀으니 이것도 역시 은감이 멀지 않은 것이다.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작은 잔은 ‘소주잔’이라 하듯이 술은 원래 작은 잔에 조금씩 마시는 법이다. 그런데 큰 그릇에 그것도 독주를 합성해서 마치 ‘호연지기’인양 퍼마시고 추태를 부리는 소인배들이 있어 폭탄주가 성행 술로 인해 사회가 소연해졌다. 음주강국에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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