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들
  • 탁 승 호
  • 승인 2011.08.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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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컴퓨터보안업체 맥아피 보고서는 지난 3월초 일어난 한국정부기관과 금융기관 웹사이트에 대한 사이버공격은 북한 및 그 동조자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금융기관 등은 정체불명의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공격을 받아 당해 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금융거래가 중단되어 많은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불안해했다.

2년 전(2009년 7월)에도 유사한 사이버공격으로 주요기관들의 사이트가 마비되는 해킹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또한 북한의 사이버테러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버공격(테러)은 이른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정보화시대에서는 어쩌면 이 같은 사이버전쟁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각국은 저마다 정보보호를 위해 다양한 보안대책을 강구하지만 이를 비웃듯 백악관과 FBI의 정보망이 뚫리고 위키리크스가 등장하는 세상이다.

흔히 창과 방패의 대결로 비유되듯 사이버세계는 보안장치의 강화와 이를 뚫는 해커와의 싸움에 끝이 없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긴 하나 보안상 허점과 취약성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의 군사위협에 처해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사이버공격에 대비한 완벽한 보안장치가 절실하다.

고도의 암호화기술과 보안장벽, 2중3중의 백업장치, 비상안전망구축(contingency plan)이 필요하다.

정부기관의 사이트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며 극비문서와 군사기밀을 해킹하고 사이버공격을 감행하는 상황을 상상만 해도 불안하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사이버테러를 통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고 인터넷기반의 경제활동에 치명타를 입힐 경우 그에 따른 혼란과 피해, 국민의 불안감은 얼마나 심각할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위한 여야의 포퓰리즘 정책이 점입가경이다.

어느 빈민운동가출신 의원 입에서 “뭐가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도 모르고 국회가 미쳤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정치권은 재원부족으로 절대 빈곤층아동을 위한 예산지원도 외면하는 상황에서 빈부막론하고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을 지원한다느니 ‘3+3정책’을 실시한다느니 선심성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아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억은 벌써 사라진 모양이다.

스페인, 그리스, 이태리 등 서유럽 여러 나라가 재정파탄으로 국가적 위기로 치닫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가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물론,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선별적 복지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말대로 반값 등록금,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이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시행될 경우, 국가재정과 국민경제를 위협하는 중대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

우리의 국가채무비율(국가채무/GDP)은 35.1%로 G20 여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국가채무비율이 급증(OECD회원국 평균의 2.5배)했고 향후 4대공적연금과 건강보험, 기초노령연금 등이 인구고령화 추세를 타고 지속적 증가가 예상된다.

더구나 공공기관과 지자체채무, 국가보증채무를 비롯해서 이미 위험수위에 달한 가계채무와 미증유의 남북통일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만일 국가채무를 받쳐주는 GDP(국민총생산)가 글로벌경기의 영향으로 마이너스성장을 하게 되면 과연 어떻게 될까? 국가의 미래보다는 당장의 정치적 계산에만 골몰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정녕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들고 나온 지 벌써 1년이다.

공정사회는 부정부패가 없고 신뢰가 충만한 사회를 말한다.

그런데 얼마 전 대통령이 공직사회의 총체적 비리와 관련해서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탄식했다니 이처럼 국민을 당혹스럽고 불안하게 할 수 있을까? 공정사회의 실현을 위해 그 동안 노력은 했는지 궁금하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지난 2년 연속 하위권(OECD 30국중 22위)이다.

왜 부정과 불신의 근원이 되는 연고주의와 보은성(報恩性) 인사를 척결해서 투명한 사회, 공정한 사회를 과감히 추진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구조적 부패와 관행적 비리를 근절하는 획기적 노력을 왜 못하는지, 권력과 부(富)를 가진 지도층이 솔선수범(노블레스 오블리주)하는 분위기를 왜 조성하는 못하는지 안타깝다.

이러한 것들이 쌓여서 사회갈등과 정부불신을 낳고 양극화문제를 첨예화시키며 공정한 사회를 가로막는 것이다.

곳곳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들이 널려 있는 것 같다.

공정사회의 실현을 통해 우리나라를 선진 일류국가로 만드는 훌륭한 리더십을 간절히 소망한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