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놓은 외양간의 소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고쳐놓은 외양간의 소는 잃어버리지 않는다
  • 김 현 묵
  • 승인 2011.04.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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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에 장신(莊辛)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하루는 초 양왕(襄王)에게 사치한 생활을 그만두고 국사에 전념할 것을 충언하였다.

그러나 왕은 오히려 욕설을 퍼붓고 장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장신은 결국 조(趙)나라로 잠시 몸을 피했으며, 5개월 뒤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했다.

양왕은 그제서야 비로소 장신의 말이 옳았음을 깨닫고 장신을 불러들여 해결책을 물었다.

그러자 장신이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초나라가 비록 작지만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기우면 아직도 수천 리의 땅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망양보뢰(亡羊補牢)는 이미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는 뜻으로, 실패 또는 실수를 해도 빨리 뉘우치고 수습하면 늦지 않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따라서, 망양보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의 부정적인 뜻보다는 긍정적인 뜻이 강하다.

물론,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원인 제공자와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하지만 대의적인 관점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하는 자세, 망양보뢰(亡羊補牢)의 원의(原義)를 실천하는 일이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지난 2010년을 화재피해 저감 원년의 해로 정하고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했으며 그 결과, 최근 3년간 평균 화재사망자를 30.2%(131명), 최근 10년간 502명에 달하는 사망자 수를 303명으로 줄여 무려 40%를 저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망양보뢰의 자세는 정부와 관계 기관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민ㆍ관이 함께 하였을 때 진정한 의미와 막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비록, 과거 불의의 사고로 우리의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동료를 잃었지만 양을 잃고 우리를 고쳐 대비하는 것처럼 2011년도에는 국민 모두가 사회와 자신의 과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리의 안전의식을 국격에 맞도록 개선해 나간다면 후진국형 재난이 반복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