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가 지닌 양날의 칼
정보화 사회가 지닌 양날의 칼
  • 탁 승 호
  • 승인 2011.03.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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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바라크 키파야(Kifaya, 물러나라)’를 외치는 시민들에 의해 이집트의 30년 독재정권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에 달하는 휴대폰 사용자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시위를 호소하고 데모를 하면서 일반 시민과 지식인들이 가세하여 세상을 바꿨기 때문에 M(모바일)혁명이니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의 거사(擧事)니 하고 신문마다 연일 보도됐다.

정보통신혁명에 따른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은 사회적으로 네트워크형 조직을 촉진하고 개방체제를 유도하며 정보가 경제적, 정치적 힘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내다 본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다시금 입증된 셈이다.

멀리는 구소련, 동유럽, 중국의 폐쇄사회 붕괴가 정보혁명의 민주적 잠재력을 보여주었고, 가까이는 우리나라의 젊은 층들이 모바일을 이용한 세(勢)결집으로 노무현 정권을 태동시키고 광우병 시위를 확산시키는 등 SNS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과 확산은 권력집단의 힘을 약화시키고 그들의 통제력과 체제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폐쇄적 사회일수록 이를 억제하고 정보의 네트워크를 차단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진시황의 분서갱유, 크메르정권의 문맹정치를 비롯해 파시즘, 나치즘과 공산주의체제가 모두 그러했다.

그들은 오히려 통제와 감시의 네트워크를 통해 조지오웰의 ‘빅 브라더’와 같은 통제된 사회를 만들려 했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못지않게 수세기 전에는 인쇄기술의 발명이 정보의 이동과 확산을 촉진하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역사학자들은 말한다.

새로운 인쇄술의 대량 보급이 지식과 정보의 광범위한 확산과 유통을 촉진하고 일반대중의 정보접근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종래 사회변혁을 가로막았던 장애물들이 붕괴되면서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낳고 군주체제의 몰락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화 사회는 자유 민주주의를 촉진시키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걸까? ‘정보지배사회의 도래(cybercracy is coming)'의 저자 데이비드 론펠트(David Ronfeldt)박사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정보화 사회는 양면의 칼날을 갖고 있어 어느 쪽에 가까울지는 전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성숙한 민주국가에서는 정보화가 자유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정치적 선택의 폭을 넓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대중의 사고를 순치(馴致)하고 갈등을 조장해서 반민주적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소개한 '지난 10년간 인터넷 발달로 사라진 14가지'를 보면 그 중에 “사실(fact)의 실종”과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끼어있어 주목을 끈다.

인터넷을 통해 근거없는 거짓 정보들이 넘쳐나고 이런 거짓정보와 왜곡된 사실들이 버젓이 진실로 둔갑해서 일반 대중은 물론 지식인들조차 의식과 판단을 흐리게 하여 광기어린 집단행동으로 치닫게 하는 정보화 사회의 역기능을 우리는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정보통신혁명이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 및 정치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금융과 전자결제의 발달을 촉진시키고 산업기술과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증진시켰으며, 수평적 네트워크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촉진해서 사회적 역동성과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한 욕설과 악플 그리고 무책임한 주장이 범람하고 그것이 삽시간에 오프라인 세상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극심한 사회적 혼란과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음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보화 사회가 지닌 양날의 칼 중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론펠트의 말처럼 우리사회가 하루빨리 성숙한 선진민주사회로 정착되어야 한다.

냉철한 이성과 합리적 지성으로 공동선을 추구하는 풍토가 뿌리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구조와 군중심리의 취약성을 교묘히 이용해 사회분열과 혼란을 조장하고 선동적 포플리즘이 활개를 치는 역기능의 결과가 더 커질 지도 모른다.

이 글은 선진사회 만들기 길라잡이‘선사연’의 홈페이지(www.sunsayeon.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