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믿음보다 국민적 신뢰가 우선이다
개인적 믿음보다 국민적 신뢰가 우선이다
  • 김 용 철 교수
  • 승인 2010.08.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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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좌전(春秋左傳) 선공(宣公) 12년에는 ‘사정이 좋음을 보고 진격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물러난다는 것은 용병의 바른 원칙이다’(見可而進, 知難而退, 軍之善政也)라는 대목이 있다.

진(晉)나라와 초(楚)나라가 패권을 다투고 있던 때다.

두 나라의 틈에 있던 정(鄭)나라는 약소국이었으므로 항상 두 나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정나라는 먼저 진나라에 의지했다.

이에 기원전 597년 여름, 초나라 장왕은 이를 구실로 친히 군대를 이끌고 정나라를 향해 진격했다.

정나라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진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정나라의 구원 요청을 받은 진나라는 순임보(荀林父)를 중군 대장으로, 선곡을 부장군으로, 사회(士會)를 상군 대장으로 난극을 그 부장으로 삼고, 조삭을 하군 대장으로 난서를 그 부장으로 삼았다.

그리고 조괄 조영을 중군 대부로 삼고, 공삭 한천을 상군 대부로, 순수 조동을 하군 대부로 삼았다.

또한 한궐을 사마로 하여 진군했다.

황하 부근에 이르러서, 정나라가 이미 초나라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이에, 순임보는 장수들을 소집하여 대책을 논의했다.

대부분 순임보의 생각처럼, 상황이 종료되어 초나라 군대가 철수한 이상 진나라 군대도 철수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사회(상군 대장)는 “사정이 좋음을 보고 진격하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물러난다는 것은 용병의 바른 원칙”이라며 철군에 동의했다.

그러나 지휘에 따르지 않던 부하들은 초나라 군사와 교전을 하여 크게 패하고 말았다.

여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지난이퇴(知難而退)다.

형세가 불리한 것을 알면 마땅히 물러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 분위기 쇄신을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8·8개각’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들과 관련된 각종 불법, 비리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가관이다.

막말·위장 전입·탈세에 이어 ‘미국 국적 선택'까지 정말 점입가경이다.

분위기 일신(一新)이 아니라 갈등만 양산한 꼴이다.

지난이퇴(知難而退)의 의미를 새겨 볼 때가 아닌가 한다.

국회 청문 대상 가운데 위장전입 의혹을 받는 인사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차례), 조현오 경찰청장,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각각 1차례) 등 세명이다.

신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도 받고 있다.

여기에 박재완ㆍ진수희 내정자 자녀, 한국 국적 포기 등도 도마에 올랐다.

더욱이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가족 동물 비유’막말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으며, 지명철회는 물론 `구속수사’ 까지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청문회를 강행하려는 것은 그들이 정말로 대세의 불리함을 몰라서가 아니라 얄팍한 자존심과 환상,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게다.

위장 전입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이전 정부의 위장 전입에 대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댔던 현 여권이 이제와 말을 바꾼다면 위선이다.

지난 2002년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가 모두 부동산 투기, 자녀 교육용 위장 전입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 문제를 관행으로 치부하고 넘겨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법치’와 ‘공정한 사회’를 강조해온 이명박 정부의 국정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 개인적 믿음으로 이들을 옹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적 신뢰가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