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기업이 없으면 내수시장도 없다
[기자수첩] 중소기업이 없으면 내수시장도 없다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4.03.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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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수출이 주력이라고 해도 내수시장이 죽으면 산업 경쟁력도 사라집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국내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저출산 늪에 빠진 한국은 사람도, 기업도, 시장도 모두 늙고 있다. 불황 장기화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증가해 국내 시장을 지탱하는 힘도 무너지기 직전이다. 저출산 통계로 가늠한 미래의 내수시장은 더욱 암울하다.

내수 기업은 물론 수출 기업도 강한 역동성을 가진 내수시장이 꼭 필요하다.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했을때 규모는 작지만 질적으로 우수한 국내 내수시장을 테스트베드 역할로 활용해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은 개발한 제품을 갖고 국내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고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 상품성을 개선해 경쟁력을 올렸다. 또 전 세계 현지 시장에 맞도록 기존 제품을 손봐서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쌓았다. 

소비시장은 미국, 생산시장은 중국인도동남아로 분류하자면 상품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시장은 한국이다. 특히 앞으로 빠른 성장이 전망 되는 AI(인공지능) 분야에서 한국 시장의 위치는 남다르다.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AI 반도체부터 AI 서비스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되고 소비가 되는 시장은 전세계를 찾아봐도 한국만한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챗GPT'를 출시한 '오픈AI'사의 공동창업자인 샘 알트먼이 얼마전 한국을 찾을 이유도 이런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의 이런 장점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 현상과 함께 전세계 경제정책 노선이 개방경제에서 폐쇄경제로 변했고 미국과 중국은 자국기업을 우선시하는 정책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출로 성장하는 국내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각종 규제를 피하고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삼성, SK, LG 등 대기업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생존 전략을 선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국내서 리스크를 감내하고 R&D(연구개발)나 시설 투자를 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하지만 청년인구 감소와 더불어 투자까지 줄어든 시장의 미래는 '불황'만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 2015년부터 '스마트공장' 사업을 시작해 3200곳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 이 사업은 삼성전자가 국내외 제조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중소기업 제조 현장을 지능형 공장으로 고도화하는 지원 사업이다.

하지만 기업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32년까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최대 89만4000명을 추가 고용해야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 전체 기업 종사자의 약 81%가 중소기업 종사자인 만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경제는 저출산과 일자리, 경제성장률 등 모든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단편적이고 일회성 정책으로도 지금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저출산 대책부터 중소기업 육성과 내수시장 활성화 등 해법을 찾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