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배려 없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기자수첩] 소비자 배려 없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3.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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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 초기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요 핀테크사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회사 CM(온라인 보험 상품)을 비교하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보험 상품을 추천해준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상품을 플랫폼에서 비교·추천하는 서비스의 보험 버전인 셈이다.

다양한 보험 상품을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접근성 높은 플랫폼에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 기대를 모았지만, 높은 수수료 탓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 출시돼 한 달 동안 7개 핀테크사를 통해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는 12만명에 그쳤다. 실제 계약으로 체결된 건수는 겨우 6100여건으로 하루 평균 200건 안팎에 불과했다.

통상 자동차보험 갱신이 온라인을 통해 한주 평균 14만건 이뤄지는 것에 비춰보면 겨우 0.13% 수준이다.

아직 서비스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더 지켜봐야겠지만, 출시를 1년 이상 미루며 준비한 것 치고는 처참한 초기 성적표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부진은 비슷한 시기 출시된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서비스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1월9일 출시된 이 서비스는 지난달 7일까지 한 달여 기간 13만6000명이 이용했고, 실제 대환대출 실행으로 이어진 건수는 2만3598건에 달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플랫폼 이용 수수료로 인한 비싼 보험료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는 이 서비스를 통해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부과한다.

소비자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보험사는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테크사에 플랫폼 이용 수수료 3%를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는 이 수수료 비용을 보험료에 반영했다.

즉 보장 범위와 한도 등은 같지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가입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비싼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향후 펫보험과 건강보험 등 다른 상품군으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내달부터 서비스에 도입될 펫보험 흥행 여부에 따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승패가 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펫보험 가입률은 저조한 상황으로 향후 펫보험의 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하지만 플랫폼 수수료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현 상황이 지속한다면, 아무리 좋은 보험 상품이 추가된다고 해도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공산이 크다. 

소비자 권익 향상이라는 서비스 출시 취지를 지키면서 보험사와 핀테크사가 서로 발전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길 기대한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