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회장의 공백이 없었더라면
[기자수첩] 신동빈 회장의 공백이 없었더라면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3.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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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롯데의 AI(인공지능) 활용 혹은 도입과 관련된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시작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년사였다. 신 회장은 “이미 확보된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고 생성형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 전환 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도 “혁신의 실행을 위해서는 AI가 중요하다. AI를 단순히 업무 효율화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혁신의 관점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그룹 의사결정의 정점인 롯데지주 내에는 그룹 AI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으로 AI TF(태스크포스)가 꾸려졌다. 그룹의 양대 축인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에도 AI TF가 구성됐다. 롯데는 올해 안에 모든 직원에게 개인 맞춤형 AI 비서(플랫폼)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2024년이 2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롯데의 사업 추진 전반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이를 보고 있자니 지난 몇 년간 지지부진하기만 했던 롯데의 모습이 떠올랐고 ‘진즉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커졌다. 특히 ‘만약 신동빈 회장이 부재하지 않고 그룹 전반을 총괄하며 미래에 대비해 왔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롯데는 형제의 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은 물론 신동빈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연루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특히 신 회장이 2018년 10월 집행유예로 출소하기 전까지 복역으로 인한 경영공백이 발생하며 위기를 맞았다. 총수가 없는 것 자체만으로도 롯데가 흔들리기에는 이유가 충분했다. 최고결정권자가 자유롭지 못한 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일례로 롯데쇼핑이 지난해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스마트 물류 자동화 센터(CFC)를 건립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2025년에서야 1호가 가동될 예정이다. 이커머스 사업 경쟁기업들과 비교해 출발 자체가 수년 뒤쳐졌다.

이 기간 롯데에는 미래성장을 이끌 사업이 눈에 띄지 않았다. 더욱이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기존 사업들의 경쟁력마저 떨어졌다. 결국 롯데 전반에는 어둠이 드리웠고 이는 계열사 신용등급 강등, 재계순위 하락 등으로 이어졌다. 역대급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롯데는 이제야 전진을 위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법리스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동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롯데가 지금과 같은 속도감으로 제자리를 찾아 부진을 털어내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를 키울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