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기는 공천’
[데스크칼럼] ‘이기는 공천’
  • 주진 정치사회부장
  • 승인 2024.02.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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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 따로 없다. 4·10 총선을 앞둔 정치판 얘기다. 

밀실공천, 낙하산공천, 경선불복, 탈당, 3지대 이합집산… 역대 총선 때마다 반복돼온 구태의연한 정치권 모습이다.  

총선은 공천이 핵심이다. 여야 어느 쪽이 국민에게 신뢰와 감동을 주는 공천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는가,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천했는가, 공천을 둘러싼 내부 갈등의 수위가 누가 더 낮은가 등에 따라 총선 결과가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보다 공천 관리를 더 잘하고 있다고 국민들은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 추이를 보면 국민의힘은 상승세를 타고 있고 민주당은 하락세로 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를 넘어 앞지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9%, 민주당은 31%였다.

무더기 ‘비명횡사·친명횡재’로 희화화된 민주당의 ‘난장판’ 공천 파동은 당 존립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하위 10%, 20%’에 속한 의원 31명 중 친명계는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높은 박용진 의원이 하위 10% 통보를 받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관위는 “재심할 이유가 없다”며 박 의원의 재심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의원의 지역구에는 ‘신명’ 정봉주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은 배제하고 영입 인사나 친명계 인사만 넣은 ‘정체불명’의 여론조사가 곳곳에서 진행돼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비명계 찍어내기’가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또 뒤늦게 대선 패배 책임을 문재인정부 인사들에게 돌리며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역구 출마에 제동을 거는 것도 이재명 대표의 대권 가도에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는 시선도 있다.

비명계가 집단 행동을 불사하겠다 압박하며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와 불출마 희생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사천’ ‘사당화’ 논란에 ‘환골탈태’라는 말로 받아쳤다. 

지금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를 보면 민심이 정권 심판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 총선 지형은 민주당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새로운 미래, 조국 신당으로 야권은 분열돼있고, 중도층과 2030세대를 공략하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도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높은 정권심판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당 원로들도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대표만 귀를 닫고 있다. 당장 총선에서 지면 이 대표는 다음 당권도, 대권도 기대할 수 없다. 위기를 돌파하려면 친명·비명을 아우르는 통합적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주류 핵심 인사들의 선도적 희생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천 파동에 묻혀 상대적으로 공천 과정이 매끄러운 것으로 보이지만, 면면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일례로 조해진 의원을 경남 김해을에 ‘낙하산 공천’하자 지역 예비후보들과 당원들이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에는 두 가지가 없다고 한다. 희생과 감동이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 현역 의원을 한 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또 ‘찐윤(진짜 윤석열계)’ 의원들 대부분이 경선이 필요 없는 단수공천을 받았다. 내각 출신 현역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박진 전 외교부 장관·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3인방도 모두 단수공천을 받거나 전략공천됐다.

여야 거대 양당의 공천 양상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 사람 심기’다. ‘내 사람’만 당선되면 의석을 잃든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여야 모두 ‘이기는 공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기는 공천’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준비된 인물과 비전을 내놓는 것이다. 22대 국회가 여야 정쟁으로 진흙탕 싸움만 하다 ‘빈손’ 국회로 막을 내리는 21대 국회를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jj7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