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당국의 손 안 대고 코 풀기
[기자수첩] 금융당국의 손 안 대고 코 풀기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4.02.27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6일 금융당국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스스로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골자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이행·소통 지원 △기업가치 우수기업 시장평가와 투자 유도 △전담 지원체계 구축 등 3가지 틀을 바탕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평가와 투자 판단을 지원하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지속 추진하기 위해 전담 지원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 노력은 보이지만 '기업 스스로'라는 조건은 대표적인 저평가 고배당주 '금융권'에는 또 다른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미 정부의 상생 지원 요청에 역대급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가계 부채 관리 압박에 충당금을 쌓았는데, 이번엔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14일 기업들을 위해 총 76조원 규모 맞춤형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2차전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과 고금리로 고통받는 중소·중견의 저금리, 우대금리 등 자금 지원이 골자다. 

첨단산업에 20조원, 중견기업 15조3000억원, 중소기업 40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0조원가량을 분담한다. 전체 지원 규모의 26.3% 수준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은행권은 정부의 '이자 장사', '돈 잔치' 비판에 2조원 플러스알파라는 역대 최대 규모 상생금융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이자 캐시백(환급)에 KB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 농협은행 2148억원 등을 투입했다.

또 은행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역대급으로 늘어난 가계대출 대응을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도 적립했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1조949억원이다. 이는 전년(5조8853억원) 대비 88.5%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5대 금융지주 지난해 순이익은 총 17조2025억원으로 전년(17조7618억원) 대비 3.1%(5593억원) 뒷걸음질 쳤다.

특히 올해는 금리인하 전망까지 나오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자 장사', '돈 잔치' 등으로 비판했던 금융권 돈으로 상생금융과 가계대출 부실 우려,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손 안 대고 코 풀기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