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남연구원장 공모 '개판 5분 전'
[기자수첩] 충남연구원장 공모 '개판 5분 전'
  • 김기룡 기자
  • 승인 2024.02.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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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룡 대기자
 

'개판 5분 전'이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일이 망가지기 직전에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 속담은 어떤 상황이나 일이 망가지기 직전에 있을 때 사용되며, 그 순간의 긴장과 위기를 표현한다. 

이 속담의 유래는 6.25 전쟁 당시 피난민촌에서 배식용 밥이 다 지어지기 5분 전에 솥을 연다고 '개판(開板) 5분 전'이라는 말을 외쳤는데, 이 말이 들리면 많은 사람이 달려들어 아수라장이 되곤 했는데, 최근 충남연구원장 공모에서도 이 속담이 어울릴 만큼 혼란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충남연구원은 올해 9월 임기가 끝나는 유동훈 원장이 지난 1월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재 새로운 원장을 뽑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일 모집 공고가 이뤄졌고, 16일까지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최소 2명 이상이 원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노총 충남연구원 지부가 지난 19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장 공모 신청을 한 도청 2급 공무원 A씨에 대한 과거사를 들추면서 임원추천위원회에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을 보면 5년 전에 A씨가 노조원 B씨를 성희롱해서 충남도인사위원회가 견책 징계 의결했는데, 이후 소청심사위원회가 징계 취소했다. 소청의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설사 그 결정을 인정한다 해도 징계가 취소된 것일 뿐 A씨의 가해 사실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B씨는 "만약 그분(A씨)이 원장으로 온다면,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 2019년 당시에는 도청 공무원과 연구원의 관계였는데, 그분이 충남연구원장이 되면 직속상관이 되는 것이라 더욱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김태흠 지사가 이사장으로 되어 있는 충남연구원 조직 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보인다. 이들이 A씨가 응모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다. 공정한 인사관리를 위해 비밀로 진행했는데, 노조라는 특권의식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불법 정보 취득에 대한 감사위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한 A씨는 이들이 주장하듯 이미 5년 전 법적 또는 행정적 문제가 해결됐고 당시 4급이었지만,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거듭한 결과, 현재 비고시 출신으로는 최고 직급인 2급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사람인데 주홍글씨 낙인을 찍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원장을 공모하고 있는데 마치 낙하산을 타고 무혈 입성하려 하는 듯이 주장함으로써 김태흠 지사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는 돌출행동을 한 것에 대한 제재는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pres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