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단상(斷想)
월드컵 단상(斷想)
  • 김 종 순
  • 승인 2010.07.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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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세계적인 축구 축제인 2010년 남아공 월드컵대회에서 우리나라도 해외원정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면서 전국이 월드컵 열기로 가득 찼다.

이번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하여간 기회만 주어진다면 “애국심”이 무섭게 끓어오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특히 장년층은 젊은 세대들에 대해 곧잘 “국가관이 투철치 못하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됐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대항전에서 자국의 승리를 염원하고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하는 것은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애국심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에 냉소적인 일부 신세대들의 문제들도 사실은 정권에 반대하는 것이지 이것이 국가와 민족에 반기를 드는 것이 아니라는 중대한 사실도 확인했다.

우리들 기성세대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것이 아닌지 심사숙고해야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세습 독재정권을 혐오하는 것이지, 북한 국민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좀 더 양지로 끌어내야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한국 젊은이들의 응원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자랑거리가 됐다.

그 뜨거운 열기와 질서정연한 모습은 세계인들이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은 열정과 매너가 세계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브랜드를 일취월장하게 만드는 바탕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를 한국의 독특한 문화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한국의 축구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바짝 다가 섰다는 사실도 이번 월드컵에서 목격 할 수 있었다.

비록 16강에 만족해야 했지만 한국 대표 팀의 대 그리스 전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나이지리아 전에서는 불운으로 선제골을 내어주고도 흔들림이 없었다.

연령적으로 노쇠한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은 것은 잘 한일이지만, 좀 더 세대교체에 자신감을 갖고, 학연, 지연 등 후진성 축구행정을 좀 더 일찍 불식시켰다면, 우리는 분명 8강 이상을 쟁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세계최강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16강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고,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가 독일에게 4:0으로 수모를 당하며, 세계적인 스타들의 부진을 보면서 우리는 2등 선수와 1등 선수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전술적 의미도 되새길 수 있었다.

우리 대표 팀도 엔트리 23명에게 골고루 출전기회가 주어지며, 특히 에이스 공격진 2명은 반드시 전 후반 중 45분만 최선을 다해 출전하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전술을 구사한다면, 어떤 팀과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뿐만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등지를 틀고 있는 학연과 지연, 집단이기주의와 기득권층의 철옹성을 무너뜨려야만, 우리나라는 국력의 결집과 국민의 창의성을 살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됐든 지난 한 달여간은 일반 서민이나 높으신 분들이나 일체를 이루어, 일상의 온갖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 지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