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교폭력, 우리는 상처 입은 피해 학생들에게 '공명정대' 함을 보여주고 있는가
[기고] 학교폭력, 우리는 상처 입은 피해 학생들에게 '공명정대' 함을 보여주고 있는가
  • 신아일보
  • 승인 2024.01.24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법승 임대현 변호사

학교폭력 심각성에 대해서는 상세히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통계적으로도 지난 몇 년간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대비해 보면 학교폭력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형법상 범죄행위뿐만 아니라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가해행위도 포함하고 있어 해당 범위가 넓은 편이다. 

학교폭력으로 신고되고 교내 조사를 거친 뒤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넘어가는 신고 사건이 너무 많아서 현실적으로 사건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학교폭력심의 기관이 악조건인 것과 별개로 공정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보길 바라며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 교실 내에서 학급 동기에게 성폭력 범죄를 당한 피해 학생을 돕게 됐다. 

학급 내에서 폭행과 따돌림, 금품갈취와 같은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만 성폭력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교실은 안전한 공간이라는 믿음이 있는 학생에게 교실 내에서 성폭력은 매우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피해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교실 내에서 성폭력이 일어났다는 점에 같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가해 학생이 어떤 조치를 받는지 관심갖고 지켜봤을 것임이 틀림없다.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변호사인 필자도 매우 화가 날 정도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가해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앞두고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학생들이 해당 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졸업을 앞둔 학생의 경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조치가 감경되는 경우도 종종 보았기에 이번에도 졸업을 앞둔 학생이라는 이유로 조치를 감경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학교폭력에 대한 심의는 가해 학생 가해행위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를 각 0점~4점으로 평가하고, 합계 점수를 통해 1호 서면사과에서 9호 퇴학 처분까지 중 합당한 조치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성폭력 사안은 지속성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4점 판정이 나와야 합당한 조치라고 여겨졌고 가해 학생에게 꼭 전학 조치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가해 학생 성폭력 행위에 대해 총 12점으로 평가하며 '6호 출석정지 15일 등'의 조치를 내렸다. 

학급교체 조치도 되지 않아 피해 학생은 다시 교실에서 가해 학생을 마주하는 상황이 됐다.

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치였고, 크게 분노했다. 무엇보다 피해 학생이 무력함을 느꼈을 것에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피해 학생보다도 가해 학생 장래를 더 생각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부당한 결정은 더 많은 학생 장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피해 학생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줄 것이고, 이 일을 아는 다른 학생들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가해 학생 또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학교폭력심의가 부당함을 이유로 행정소송까지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일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 

학교폭력심의가 쉽지 않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으나 간혹 이처럼 납득할 수 없는 결과를 접할 때가 있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조치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심의가 분쟁의 시발점이 아닌 종결점이 되길 바란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