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휴일 의무휴업 폐지, 총선용 포퓰리즘 아니길
[기자수첩] 휴일 의무휴업 폐지, 총선용 포퓰리즘 아니길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1.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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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규제하는 게 맞았지만 2020년 이후부터는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을 두고 하는 얘기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보호라는 명목 아래 2012년 제정됐다. 이 법의 골자는 규모 3000제곱미터(㎡) 이상 대규모 점포의 경우 매월 공휴일 중 2일을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배송을 포함한 영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점포는 흔히 알고 있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할 당시만 해도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호황이었던 터라 규제를 두는 데 큰 이의가 제기되지는 않았다.

세상은 크게 변했다. 기술발전과 함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이에 따라 다수의 소비자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은 그대로였다. 소비자들이 평일보다는 더 방문하는 공휴일이나 한 달에 두 번씩 일요일에 문을 닫아야 했고 허용된 영업시간 내에서만 온라인 배송을 해야 했다.

관련 기업들과 유통 전문가들은 역차별을 주장했다.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취지가 이미 퇴색됐을 뿐만 아니라 해당 법이 족쇄가 돼 되레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유였다. 또 새벽배송 권역과 아닌 지역 간 형평성도 문제가 됐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새벽배송 미제공 지역 소비자들의 84.0%가 새벽배송을 원했다. 이에 일부 지자체가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대구광역시가 의무휴업일 평일전환 6개월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와 SSM의 매출은 6.6% 증가했다. 이를 제외한 슈퍼마켓·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도 19.8% 늘었다. 특히 전통시장의 2·4주 일·월요일 매출도 34.7% 올랐다.

이런 가운데 국무조정실은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공휴일로 의무휴업일 지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폐지하고 대규모 점포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對)국민 공표가 수년간 요구해 왔던 규제 혁신에 대해 정부의 답변이라는 점에서는 환영한다. 다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포퓰리즘 정책이 아닐까 우려된다.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치러질 예정으로 이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시대와 맞지 않은 해묵은 규제를 혁신하기로 한 만큼 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현실화되길 기대해본다. 앞으로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제대로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