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뱅 설립 또 다른 취지 퇴색되면 안 돼
[기자수첩] 인뱅 설립 또 다른 취지 퇴색되면 안 돼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4.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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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른 금융권과 달리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거둔 인터넷전문은행은 갑진년 시작부터 그늘졌다. 작년 말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관련 연말 숙제 검사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다. 하지만 설립 이후 시중은행처럼 고신용자 위주 영업을 이어가자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을 강조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를 설정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목표 달성 계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신사업 인·허가에 불이익을 경고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달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인터넷은행별 설정된 연말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 △케이뱅크 32% 등이다.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카카오뱅크가 유일하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말 기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잔액 약 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30%대에 안착했다.

나머지 토스와 케이뱅크는 상대적으로 목표치를 높게 잡은 탓에 부진하며, 사실상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들 은행이 부진한 것은 녹록지 않은 금융환경 탓이 크다. 미국발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가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여력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엔 건전성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은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대출 공급 확대’ 성과는 이뤘다.

실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대출 공급 규모는 2년 새 8212억원에서 8조4882억원으로 933.6% 폭증했다. 시중은행의 중·저신용대출 공급이 같은 기간 66.4%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인터넷은행은 올해도 금융당국 요구로 전체 가계 신용대출 잔액 중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올 연말 이후부터 3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그간 운영돼왔던 해당 기간 말의 잔액 기준인 ‘말잔’을 평균 잔액인 ‘평잔’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개인 사업자 신용대출을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산정에 포함하고 보증부 서민금융 대출 보증한도를 초과한 대출잔액 역시 비중 산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시장 상황은 인터넷은행이 설립되던 당시와 급변했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중·저신용자 연체율 상승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목표 달성에 급급하기보다 인터넷은행 설립의 또다른 취지인 비대면 금융거래 확대와 은행 간 경쟁 촉진에 따른 메기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혁신금융과 지속가능한 금융이 없다면 또 다른 설립 취지는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