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A사의 제왕적 인사칼날과 B사의 혁신의 칼
[데스크칼럼] A사의 제왕적 인사칼날과 B사의 혁신의 칼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3.12.26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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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 A사는 올해 1년 내내 사람이 들락날락 했다. A사 오너는 자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인사’ 칼을 빼든다. 과감하고 빠른 결단력은 A사를 성장시키는데 한 목 했다. 하지만 인사를 무기로 한 공포 경영은 ‘인력난’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당장 내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 대기업 B사는 연말 임원인사에서 혁신의 칼을 빼들었다. B사는 오너를 대신해 제왕적 역할을 했던 회사의 중역들을 후퇴시켰다. 오너의 뜻을 잘 아는 ‘복심’ 대신 젊은 경영진을 전면배치 시킨 것이다. 내년을 뚫고 나가야한다는 의지로 직접 소통에 방점을 뒀다. 내년은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란 차이로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기업 사내경영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사실 A사와 B사 모두 사람을 돌려보낸 것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인사 목적과 명분, 방법에서 완전히 달랐다.

A사가 제왕적 힘을 이용해 복종 시키는 인사를 진행했다면 B사는 소수 측근을 2선으로 물리면서까지 직접소통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목적을 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A사는 일방적인 ‘수직적’ 리더십이라면 B사는 소통의 ‘수평적’ 리더십으로 표현될 수 있겠다.

물론 대기업들도 과거에는 A사와 같았을 것이다. 오너 1,2세대 총수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그룹 전체를 통솔하는 제왕적 리더십으로 기업을 이끌었다. 앞만 보고 밀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자는 당연히 제거대상 1순위로 꼽혔을 것이다.

당시엔 총수의 천재적 사업‧경영능력과 소수의 복심에만 의존한 채 기업을 이끌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너 3,4세대가 경영전면에 등장한 지금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7080세대인 이들은 ‘수평적 리더십’을 통해 직원들과 이견을 조율, 소통하는 방식으로 경영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이들은 아버지 세대와 달리 실력행사를 하던 최측근 대신 일선 현장과 직접 소통하는 직할체제 구축에 관심을 보인다.

실제 이번 ‘2024년 임원인사’에서 4대그룹은 대부분 최측근 부회장 자리를 없앴다.

LG그룹의 경우 업계에서도 용장으로 불리는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역대급 성적에도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아래 4대 천황으로까지 불리는 부회장 4인방을 모두 뒤로 물려 조력자 역할로 바꿨다.

대표적 7080 오너가인 정기선 부회장의 HD현대는 조선사업의 양축으로 활약해 온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을 자문역으로 만들었다.

유일하게 재계 1위 삼성전자가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유지시켰지만 부회장급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하며 이들의 힘을 분산시켰다. 따라서 내년에 인사물갈이가 예상된다.

이번 재계 임원인사를 보면 “예전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오너 3,4세대들이 “변해야 산다”는 기조 하에 준비된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시킨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A사처럼 매번 사람이 없다며 힘들어 한다. 대기업 오너들의 변화된 경영스타일을 참조해보면 어떨까 한다. 제왕적경영으로는 더이상 충성을 강요받을수도 기업을 확장시킬수도 없다. 사람과 인재는 더더더 더욱 모을수 없다.

[신아일보] 송창범 산업부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