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금리정책 기조 전환해도 인플레 여전한 韓은 더 신중해야
[기고] 美금리정책 기조 전환해도 인플레 여전한 韓은 더 신중해야
  • 신아일보
  • 승인 2023.12.17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그동안의 금리 인상 기조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금리를 내리는 쪽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임을 내비쳤다. 연준(Fed)은 지난 12월 12일〜13일(현지 시각) 올해 마지막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시장의 예상대로 연 5.25〜5.5%로 동결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연속 3번째 동결이다. FOMC는 성명에서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무엇보다 주목받은 것은 올해 3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보다 내년 3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FOMC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물가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라면서도 “이번 긴축 사이클에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라고 공개했다. 시장이 반긴 것은 2022년 3월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빠진 것이다. 이젠 “언제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말해 미국 연준(Fed)이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연준(Fed)의 이러한 움직임에 주식, 채권 투자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주식과 채권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시가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에 산타랠리를 시연하며 사상 최고로 날아 올랐다.  지난 12월 13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는 1.4%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장 대비 512.3포인트(1.4%) 상승한 3만 7,090.24를 기록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3만 7,000을 넘기며 2022년 1월 세운 종전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 치웠다. S&P 500지수도 63.39포인트(1.37%) 오른 4,707.09로 체결됐다. 202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4,700선을 돌파했다. 나스닥은 200.57포인트(1.38%) 급등한 1만4733.96로 거래를 마쳐 연중 최고를 경신했다. 이로서 올해 들어 다우지수는 11.9% 뛰었고 S&P 지수는 22.6% 상승했고, 나스닥은 40.7%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코스피 지수가 지난 12월 14일 1.34% 오른 데 이어 지난 12월 15일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3개월 만에 2,570대로 올라섰다. 지수가 장중 2,570선까지 오른 것은 지난 9월 19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207%포인트 급락(채권값 급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4.4원 내린 1,291.0원에 개장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010억 원, 1,613억 원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개인은 4,555억 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연준(Fed)은 코로나19 위기 때의 제로금리(연 0.00~0.25%) 정책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자, 방향을 전환해 2022년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금리를 빠르게 올려온 바 있다. 그런데 이번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이 내년 말 금리를 전망한 점도표를 보면 중위값이 4.6%로 낮아졌다. 이는 현 금리보다 0.75%포인트 낮은 수치로, 내년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올해 9월 연준(Fed)은 내년 말 금리 전망치를 5.1%로 대폭 올렸고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에 확산하고 있는 터다. 하지만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내려가자 석 달 만에 방향을 전환했다. 2022년 3월 이후 11차례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이 끝났음을 선언한 것이어서 시장은 이를 산타의 선물로 해석했다.

세계 경제가 장기간 고금리로 후유증을 겪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를 앞두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상단 기준 2%포인트로 벌어져 있는 한국(기준금리 3.5%)으로서도 양국 금리 차에 따른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리기도, 그렇다고 내리기도 어려웠던 통화 당국도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마냥 낙관할 상황은 아니어서 정책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연준이 전망대로 내년에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여전히 4%대여서 상당 기간 고금리의 충격을 감내해야 한다. 금리 인상으로 물가 잡기에 성공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물가 압력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금리 인하를 논할 단계가 아직은 아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동기 대비 3.1% 상승했다. 월가 시장 전망치 3.1%에 부합했다. 지난 10월(3.2%)보다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사실상 2개월 연속 보합세에 머물렀다. 

그러나 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다소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4개월째 3%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4.2%)까지만 해도 4%대였지만 지속 둔화하면서 4월(3.7%) 3%대로 떨어졌고, 6월(2.7%)과 7월(2.3%) 2%대로 내려왔다가 8월(3.4%) 들어 다시 3%대로 반등했고, 9월엔 3.7%, 10월 3.8%로 석 달 연속 확대됐다가 통계청이 지난 12월 5일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2.74(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했다. 목표 수준인 2%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부담도 여전하다. 지난 12월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1조 9,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 4,000억 원 늘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올해 2분기 기준 기업 대출 잔액도 1,903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 1,781조 5,000억 원)보다 1년 만에 122조 원 이상 늘어났다. 지난 12월 14일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0.95%에서 올 1분기 1.49%, 2분기 1.59%로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1분기(0.70%), 2분기(0.69%)와 비교하면 연체율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미국의 금리정책이 전환된다고 해서 섣불리 금리 인하나 통화 정책 변경을 선언할 상황이 아니다는 방증(傍證)이다. 더욱 신중하고.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성급한 금리하락은 가계부채와 부동산을 자극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인도 기업도 정부도 ‘부채 감축(Deleveraging)’을 위한 ‘빚 다이어트’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미국의 긴축 종결은 뒤집어 보면 물가보다 경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오히려 시장의 지나친 금리 인하 기대감을 불식시키고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다. 내수를 통한 경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고물가 부담의 고차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경기와 물가, 가계부채 상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일관되고 신중한 통화 정책을 펼쳐 가야 한다. 곧 들이닥칠 미국 통화정책 변화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파고를 막낼 적극적 포석도 다각도·다층적·다목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해야 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