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술은 새 부대에
[기자수첩] 새 술은 새 부대에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12.18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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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 주요 그룹의 임원인사가 마무리됐다.

신세계는 다소 이른 9월 말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발 빠르게 내년 준비에 나섰다. 이번 임원인사로 대표이사의 약 40%가 물갈이됐다. 이에 따라 정용진 부회장의 남자로 불리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임기가 1년가량 남았음에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만큼 신세계가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반등을 위해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진 현대백화점과 롯데 임원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백화점은 11월 초 총 40명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전반적인 인사 폭은 전년과 비교해 축소됐으나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수장이 교체됐다. 현대백화점은 내부 인재의 승진 발탁으로 안정 속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이어 대표 변경으로 다시 한 번 조직에 변화를 준 셈이다.

롯데는 12월 초 핵심 사업군인 화학군 총괄대표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책임자) 14명을 갈아치웠다. 이유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미래 경쟁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성장전략 강화였다. 불안한 시장 내 입지로 교체설이 나왔던 나영호 롯데온(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 대표도 이번 임원인사로 퇴진했다. 유통명가 롯데 재건을 위한 확실한 모멘텀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그룹의 임원인사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만 ‘신상필벌 원칙에 입각한 쇄신 혹은 혁신’이다. 즉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사업 안정화를 꾀한 인물들은 재신임을 받았다. 반면 실적부진 등 악재를 극복하지 못한 인물들은 결국 옷을 벗었다.

물론 대표 1명을 바꾼다고 해서 당장 조직이 직면해 있는 무수한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조직에 주어진 임무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자체를 환기시키기에는 충분한 힘이 있다. 이때 환기는 과거의 낡은 것에 얽매여 정체된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는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조직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볼 만한 동기가 부여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임원인사가 각 그룹이 재도약하는 시작점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어떤 행보를 할지 유심히 지켜봐야겠다. 새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들이 나오고 조직이 쳇바퀴가 맞물린 듯 유기적으로 돌아간다면 결과적으로 위기 타개와 성과 창출이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