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與에 드리운 '검사 공천' 그림자
[기자수첩] 與에 드리운 '검사 공천' 그림자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12.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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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의 막이 오르면서 각 정당 모두 전열 갖추기에 들어갔다. 총선의 '본선'은 선거 당일이지만, 사실상 더욱 치열한 건 '예선'이다. 자리는 한정적이나 출마 의사를 가진 이들은 수두룩하다. 결국 본선행 티켓을 둘러싼 격렬한 물밑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특히 보수 진영은 공천 시즌이 되면 더욱 긴장감이 서린다. '공천 잔혹사'를 겪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대립했다. 서울시장 출신의 이명박 당시 예비후보가 한나라당 17대 대선후보가 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두 사람 사이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친이계가 주류가 되자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기춘, 홍사덕, 서청원 등 일명 '친박계'가 대거 탈락됐다. 19대 총선에서는 보수의 열세를 우려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 친박계가 친이계를 몰아내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시엔 친박계와 비박계가 공천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었는데,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몇몇 선거구에 대한 공관위 추천장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자신의 지역구(부산 영도)로 내려가 버리는 일명 '옥새 파동'을 감행한다.

이번엔 '당 지도부·중진·친윤계 의원 22대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셀프 공관위원장 추천까지 하며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인요한 혁신위가 '1호 혁신안(당내 대통합)'만을 성사시킨 채 빈손으로 돌아가면서 샅바싸움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반쪽짜리' 승리였다.

김기현 대표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11일)며 총선 불출마 창구를 열어뒀고,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12일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가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혁신안을 좌초시켰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당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50%의 혁신과 50%의 현상유지다. 공천을 앞두고 당내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는 순간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원칙'과 '공정성'을 이유로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법조인 출신을 임명할 계획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을 뒤숭숭하게 했던 '검사 공천'이 다시 떠오르는 대목이다.

다음 공천을 두고 여당 내에서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엔 '대학살' 없는, 공정한 공천이 될 수 있을까.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