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PO 충격 준 파두 사태…남 탓 공방 말아야
[기자수첩] IPO 충격 준 파두 사태…남 탓 공방 말아야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3.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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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반도체 팹리스(설계) 유니콘으로 데뷔한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으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파두는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코스닥시장에 데뷔했지만, 상장 후 처음 공개된 분기 실적에서 2분기와 3분기 매출을 각각 5900만원, 3억2100만원으로 발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상장 전 제시했던 연매출 추정치(1203억원)와 괴리가 큰 탓이다.

파두의 주가는 상장 당일인 8월 7일 공모가(3만1000원)보다 부진한 2만76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부진했지만, 9월 12일 4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1만7710원까지 떨어지는 등 공모가 대비 반토막 났다.

파두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상장 전부터 의도적으로 실적 부진을 숨긴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법무법인 한누리는 집단 소송 제기 계획을 세우며 피해 주주 모집에 나섰다.

특히 피해 주주들을 중심으로 상장을 주관했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상장 전 실적 부진을 알고도 투자자에게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들 증권사들은 파두 측이 예측하지 못했던 실적을 주관사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주관사를 향했던 의심은 한국거래소의 ‘기술특례상장제도’에도 번졌다. 해당 제도는 당장의 수익성은 낮지만, 기술력, 성장성을 가진 기업들이 상장에 나설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래소는 주관사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기술특례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고, 금융감독원은 뻥튀기 상장 의혹이 불거진 파두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상장 관련 기관 간 협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거래소가 내놓은 개선안에는 최근 3년 이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조기 부실화한다면 해당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 상장 주선 시 풋백옵션(투자자가 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의 가격이 상장 후 일정 기간 공모가 대비 9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상장 주관사에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등 추가 조건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파두 사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피해 주주들은 꼼꼼히 실사하지 않은 주관사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바라보고 있다. 주관사들 역시 상장 준비 중인 회사가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IPO 시장 신뢰 회복과 제도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금융당국과 유관기관, 증권사들은 파두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책임감을 갖고 상장 심사에 나서야 한다. 제2의 파두사태를 막기 위해 머리를 모아야 할 때이지, 남 탓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뜻이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