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발 일 좀 합시다
[기고] 제발 일 좀 합시다
  • 신아일보
  • 승인 2023.11.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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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작년 12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개발사업인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일반분양이 기대와 달리 미계약이 발생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둔촌주공 구하기에 나서면서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 4월7일 수도권 지역의 경우 최대 10년이었던 전매제한 기간이 공공택지(분양가상한제) 및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은 3년, 과밀 억제권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고 비수도권은 공공택지 및 규제지역은 1년, 광역시는 6개월, 그 외 지역은 폐지됐다.

분양권을 특정 기간 팔지 못하게 막던 전매제한이 풀리자 분양시장은 환호성을 질렀는데 그때만 해도 실거주 의무도 곧 폐지될 것이라 기대했다.

2023년이 한 달 정도 남은 지금 실거주 의무 폐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전매제한은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정부에서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완화될 수 있었지만 실거주의무 폐지는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에서 일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1년 동안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고 여전히 계류 중이다.

전매를 허용해주면 뭐 하나. 거주의무를 채우지 못해 팔 수가 없는 것을.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12월15일부터 전매가 허용되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권 거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66개 단지 4만3786가구가 국회에 인질로 잡혔다.

2022년 10월 풀어준다고 했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역시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조합원 1인당 3000만원 초과 개발이익에 대해 최대 50%까지 부과되는 세금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는 단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용산의 한 아파트는 조합원당 7억7000만원에 달하고

강남은 3억~4억원 정도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팔 때 내는 양도세와 달리 보유하는 중에 수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는

현실적으로 내기 어려운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로 빠른 개정이 필요하지만 1년 넘게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이제 남은 소위 일정이 11월29일과 12월6일 두차례 밖에 없어 처리되더라도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정부는 칼자루를 쥔 국회와 사전 논의를 거쳐 법안 처리가 가능한 내용만 발표하는 것이 맞았고 발표를 했으면 국회에서 알아서 하겠지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국회를 찾아서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어야 했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 구조에서 그냥 던져주면 국회에서 알아서 처리해 주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것은 직무 유기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표심에 도움이 되거나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안들은 야당 단독 처리 또는 여야 합의로 잘도 통과시키면서 유독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말만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의 대변인이라 자랑하지 말고 제발 민생법안 먼저 처리를 해 주길 바란다. 법안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여당과 야당이 협의를 하거나 차라리 처리 불가로 폐기를 해준다면 거기에 맞춰서 국민들도 실거주를 하던 뭔가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닌가.

해주지도 않고 안 해주지도 않는 방치가 가장 나쁘다. 제발 국민을 위해 일 좀 합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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