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 완화 바라는 금융권, 내실부터
[기자수첩] 규제 완화 바라는 금융권, 내실부터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11.12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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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금융권은 현재 당국 눈치만 살피는 처지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금융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앞서 지난해 7월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권은 금융과 산업의 자본을 원칙적으로 분리하는 대표적인 규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현행 은행법상 시중은행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동일인 주식 보유 한도는 10%로 제한돼 있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은행은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진출해 있는 알뜰폰 사업과 배달 앱 등에 이어 다양한 신사업에 손을 댈 수 있고, 보험사 등 비은행권은 해외 자회사로 은행 등을 둘 수 있게 된다. 

다만 1년여가 지난 현재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잠정적 보류 상태에 빠졌다. 

그 사이 금융권 대규모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 사태가 터졌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2017~2022년) '은행 횡령 사고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는 총 65건, 844억2840만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 10건(736억5710만원) △하나은행 18건(69억9540만원) △NH농협은행 15건(29억170만원) △신한은행 14건(5억6840만원) △KB국민은행 8건(3억580만원) 등이다.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61억9190만원으로 7.3%에 불과하다.

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은 물론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 모든 업권에서 횡령, 배임 등이 발생하며 사실상 금융권 내부통제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국내 금융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저축은행·보험·카드·증권 등 금융사에서 횡령한 임직원은 총 181명이며 횡령 규모는 1192억3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횡령 규모는 △2017년 89억8900만원(45명) △2018년 56억6800만원(37명) △2019년 82억8400만원(28명) △2020년 20억8300만원(31명) △2021년 151억2400만원(20명) △2022년은 8월까지 790억9100만원(20명)이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한 비즈니스다. 모든 금융권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방위적으로 개선, 강화해 국민과 당국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규제 완화를 바라기 전에 우선 내 집 살림, 내실부터 다져야 할 때란 의미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