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산호수공원에 떨어진 도토리 누가 주워 갔을까?
[기자수첩] 일산호수공원에 떨어진 도토리 누가 주워 갔을까?
  • 임창무 기자
  • 승인 2023.11.0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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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를 느낄 수 있는 도심의 공간은 어디일까?.

경기도 고양특례시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일산호수공원을 첫 번째로 꼽을 거다. 이곳을 아내와 연인과 걷다 보면 호수공원 숲길에 연신 후드둑 거리며 쏟아져 내린 도토리를 마주하게 된다.

또 호수공원 건너편 메타세콰이어와 참나무가 우거진 길을 맨발로 산책하는 많은 이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들은 걷다 말고 연신 허리 굽혀 무언가 줍는다. 어느 이는 쓰고 있던 모자에, 어느 이는 가지고 있던 손수건에, 이렇듯 무언가 연신 줍는 모습을 마주 대하면 궁금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기자가 궁금증 해소 차원에 아내와 꼭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잠시 이들이 줍고 있는 것이 무언가하고 들여다 본다.

“와” 하고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예쁘고 작은 도토리를 한 움큼 주워 연신 신난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줍는 동작을 반복한다. 묻지 않아도 이들의 행동은 불법인가? 하는 의구심과 의협심이 기자의 머리를 스켜간다. 이들의 행동은 필시 불법으로 분류된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73조 처벌대상이 분명하다.

산림에서 그 산물을 절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큰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고양시민이 이렇듯 대낮에 그것도 인파가 이렇게 많은 도심 한복판 호수공원에서 대놓고 임산물을 절취 할 일 없지 않을까? 하는 반문이 생긴다.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이내 선행의 일환으로 도토리 줍는 의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산호수공원 참나무 서식지 아래에 가로×세로 50㎝ 크기의 아크릴 수거함이 보기 좋게 놓여 있고, 그 통 외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도토리 수집함-도토리는 저희한테 주세요. 겨울식량입니다>라며 예쁜 다람쥐 그림이 말풍선을 대신하고 있다.

일산공원관리과 권순근팀장은“시민의식이 상당히 높아 매년 10~15㎏가량의 도토리가 수거되고, 이렇게 수거한 도토리는 잘 보관한 후 설치류들에게 적당한 시기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하고 “약간의 남는 도토리는 필요로 하는 동물원 등에 무료로 공급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도토리 주워 묵 쒀 먹는 일은 법을 모를 때의 무지의 소산이었지 하는 그 때 그 시절을 도토리를 보며 회상한다. 올 겨울 호수공원에 살고 있는 다람쥐와 청솔모들은 겨울 김장 걱정 안 해도 되겠다는 부러움이 가득하다.

[신아일보] 임창무 기자 

bluesky6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