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의대 증원, ‘낙수효과’에 그치지 말아야
[기자수첩] 의대 증원, ‘낙수효과’에 그치지 말아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11.01 09: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간 공감대가 일부 형성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지역과 공공·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수 부족 문제를 들며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 수를 지금보다 최소 1000명은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30년 이후 나타날 의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대 입학생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출산율 감소로 전체 인구는 줄더라도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2035년쯤에는 의사 수가 오히려 1만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의사들이 서울로 몰려 가뜩이나 현재 지방, 도서·산간 지역 시민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가 없어 지역경제 활성화의 근간이 되는 노인마저 병에 매달린다면 지역사회 파탄 위기는 더 앞당겨 올 수 있다.

소아과나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내과, 외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 기피 현상이 날로 증가하는 점도 문제다. 시대에 따라 소아과나 산부인과의 의료 파이는 줄고 있다. 나머지 과들도 급여 적용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부담 등으로 지원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에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치과로 가길 원하는 의사가 늘어나는 현실은 사회구조학적으로 필요한 의료 인력 체계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의대 정원 확대를 거부해온 의료계도 정부와의 수차례에 걸친 논의를 통해 이견을 줄여나간 것으로 보인다.

의대 입학생 수를 늘리는 것은 일단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한 지방의대에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후 검토에 따라 의대를 신설하는 등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그린 그림대로만 잘 추진된다면 말할 것이 없지만 어느 정책이든 우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의사의 질 저하, 이과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 N수생 증가, 조기 교육으로 인한 사교육 과다, 의사 공급에 따른 과잉진료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무엇보다 실효성이 관건이다.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얼마 못 가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의대생들은 의사면허를 따고 대학병원 등에서 다양한 과를 경험한 뒤 과를 정한다. 교육 시스템상 강제로 의대생들을 기피 분야로 가게 할 수는 없다. 안정적이고 덜 힘들고 수입이 보장되는 진료 과목을 찾는 것은 당연한 본성이다. 의대생들의 봉사 정신없이는 대두되고 있는 문제가 10년 뒤에 해결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1000명을 더 뽑으면 그중 몇 명은 기피 분야로 가겠지만 그 몇 명을 확보하자고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라면 다른 시각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기자 생각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만큼 정책을 ‘낙수효과’에 기대어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확실해야 한다. 의사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지역 의사, 기피 분야 및 공공·필수 의료분야 의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수가는 병원이 진료비와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돈을 말한다. 이 때문에 수가를 인상하면 환자가 내는 진료비와 직장인이 내야 하는 건강보험료가 오른다. 갈 길 먼 문제에 정부, 의료계,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