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 손질 나서야
[기자수첩] 시장 교란하는 '불법 공매도' 손질 나서야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3.10.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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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등 대외 요인에 더해 불법 공매도가 또다시 적발되면서 시장 교란 행위가 횡행한 영향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 저렴한 값에 되사 차익을 얻는 투자 방법이다. 차입이 확정된 타인의 주식, 채권 등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와 유가증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 등으로 구분된다.

통상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면서 가격 효율성을 제고해 지나치게 고평가된 기업의 적정 주가를 찾아가게 해준다는 순기능이 있다. 반대로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경우 자본력이 있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와 달리 높은 진입장벽이 작용해 공매도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당국은 불법 공매도 엄단을 위해 작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신설하고 조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BNP파리바, HSBC 등 홍콩 소재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총 5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주문했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에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글로벌 IB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현행법상 불법 공매도 과징금은 주문 금액에 대해 부과할 수 있지만 이는 강력한 제재로 볼 수 없다”며 “불법 공매도에 대한 의미 없는 제재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글로벌 IB(투자은행)과 관련해 “이번 적발된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훨씬 더 큰 금액을 금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며 “외국에 있는 임직원 등을 국내로 소환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매도는 현재 병목에 갇혀 있는 형태로 좀 더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국내 주식 시장은 소시에테제네럴(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 영향으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크게 잃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국채금리 상승, 중동 리스크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까지 겹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8일 만에 5만명이 지지하고 나선 만큼 관련 상임위원회에서도 공매도 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내 주식 시장이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공매도 처벌 강화와 함께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