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 사기 탁상행정' 제발 그만하자
[기고] '전세 사기 탁상행정' 제발 그만하자
  • 신아일보
  • 승인 2023.10.1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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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인천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수원에서도 대규모 전세 사기가 터지고 있다. 수원 전세 사기는 고소장이 130건 넘게 접수가 됐고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 액수만 180억여원이다. 주범이 소유한 51개 건물의 추산 피해 주택 수는 671세대, 예상 피해액은 475억원 상당이라 알려져 있다. 

특히 수원 전세 사기 주범인 정모 씨 부부와 그 아들은 여러 개 법인을 세워 대규모로 임대업을 벌였고 실제 공인중개사 사무실도 운영하면서 임대차 계약을 했다고 한다. 드러나지 않은 제2, 제3의 전세 사기범은 또 얼마나 많이 있을 것이며 아직도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지도 모르는 피해자는 또 얼마나 많을까?

최근 전세시장은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아파트 전세 이야기다. 전셋값 하락으로 대규모 깡통전세가 발생했고 전세 사기로 전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전세시장은 여전히 찬 바람이다. 불안하니까 월세나 아파트 전세시장으로 임대수요가 이동하면서 빌라, 오피스텔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은 떨어지면서 악순환 고리는 돌고 있다.

최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전국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었다. 왜 비 오는 주말, 안 그래도 삶이 고달픈 분들이 이렇게 비를 맞으면서 호소해야 할 만큼 전세 사기 문제는 해결은 고사하고 더 확산되고 있는 것일까?

피해자들은 지난 6월부터 시행 중인 전세사기 특별법이 '암에 걸려 돈 받으러 갔는데 하나도 해당 사항이 안 되고 자잘한 약관을 들어 보험을 못 받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주요 내용이 사기를 당한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거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우선 매수해서 임대로 거주할 수 있게 해주고 저리 대출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선 구제 후 회수'여서 정부나 국회 생각과 거리가 멀다. 

물론 다른 사기도 많은데 유독 전세 사기만 구제해 줄 경우 형평성, 예산, 피해 규모 산정 등 문제가 많아 쉽지 않은 것도 맞다. 정부가 그렇다면 적어도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는 움직여 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별법만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할 일 다 한 것처럼 생각하는 법 만능주의에 빠진 것 같다. 이럴 때는 여당과 야당이 모두 일 안 하기로 의견일치를 얼마나 잘하는지 답답하다.

당사자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도움도 되지 않는 법은 그냥 탁상행정이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부동산 계약을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부동산 계약 체험'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한다. 조금 도움은 되겠지만 작정하고 사기를 하는데 미리 체험한다고 사기를 피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이 일정 부분이라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가 더 노력해야 하겠고 더 나아가 추가 전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믿고 계약만 하면 임대인의 세금 체납, 보유 주택 수, 선순위 권리, 전세가율을 모두 자동으로 검증해서 문제 발견 시 계약을 막을 수 있는 전자 자동 계약 서비스를 도입해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들고 바쁜 국민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마음 편하게 계약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진정한 행정이다.

/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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