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16년 총수 한자리 재현?…숨지말고 '떳떳하게' 출석해보자
[데스크칼럼] 2016년 총수 한자리 재현?…숨지말고 '떳떳하게' 출석해보자
  • 송창범 기자
  • 승인 2023.09.26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12월6일 장면이 재현될까? ‘이재용, 최태원, 정몽구, 고(故)구본무, 신동빈, 김승연, ….’ 10대그룹 총수들이 대통령실 초청이 아닌 국회의 부름으로 출석해 한자리에서 추궁을 받던 장면이다.

바로 이 장면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실시됐던 청문회 자리다. 한국경제를 뒷받침하며 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이들 총수들이 한곳에 모여 질타를 받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던 시기다.

그리고 이들 총수들은 당시 국회의원들 앞에서 약속했다. 대기업들의 대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이후 삼성을 시작으로 SK, 현대차, LG 등 4대그룹이 줄줄이 전령련에서 이탈했다. 전견령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했던 이들이 발길을 끊자 전경련 위상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들은 매년 전경련에 몇 십억씩 회비를 냈었다.

7년이 지났다. 전경련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구광모를 중심으로 한 4대그룹 이름이 한경협 쪽을 통해 다시 올라왔다.

이는 7년 전 약속을 어긴 걸까? ‘2023 국정감사’(10월10일)를 앞두고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태세다. ‘이재명 체포안 국회 가결’로 코너에 몰린 야당(더불어민주당)이 이슈 전환용으로 딱 잡기 좋은 이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10월10일 시작될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이미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 직무대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신청했다.

국민들의 공분을 넘어 큰 지탄을 받은 ‘국정농단’ 이슈를 끄집어낸다는 게 야당의 계산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국감에서 야당은 4대그룹 총수와 한경협을 통해 ‘정경유착’과 관련된 이슈를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명분은 충분하다. 한경협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친정권 인사 김병준 씨를 올초 회장직무대행으로 앉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무대행 기간인 6개월 동안 한경협 위상도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통령-경제단체장 만찬’,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등 주요 대통령 행사에서 ‘패싱’ 당한 한경협 이었지만 김병준 대행체제 이후에는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단체 행사를 주관하는 위치로 올라섰다. 친정권 인사가 앉자 정부와의 소통 회복을 위해 4대그룹이 기존 약속과 달리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야당이 몰아붙일 수 있다.

실제로도 4대그룹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최근 열린 한경협 제막식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4대그룹은 바빠졌다. 총수 국감 증인 철회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한경협에 재가입한 상황에서 회비 납부를 안 할수 없지만 또다시 정부측 기금 마련으로 꼬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수들이 굳이 숨을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2016년에는 국정농단과 연루가 돼 잘못을 했다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다. 한경협은 이미 윤리위원회 설치를 통한 정경유착 고리 차단 등 쇄신안을 내놨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사명을 바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4대그룹이 한경협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할 것처럼 몰아붙이는 건 정치적인 행태일 뿐이다.

4대그룹도 동분서주하지말자. 회비 납부 방침 같은 민감한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방안을 제시하고 국민 앞에서 약속을 하면 된다. 지금은 숨을게 아니라 떳떳하게 나가 말할 상황이다. 오히려 안 나오면 야당의 의심 공격을 계속 받을 것이다. 떳떳하면 된다. 총수들.

kja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