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호평받은 모평, 수능까지 이어져야
[기자수첩] 호평받은 모평, 수능까지 이어져야
  • 이인아 기자
  • 승인 2023.09.19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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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진행하는 올해 마지막 모의평가(모평)가 6일 치러졌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수험생들이 그해 수능 시험의 성격과 문항 수, 출제 유형 등을 측정하도록 매해 수능 전 6월과 9월 두 차례 모평을 시행한다.

6월 모평 후 정부가 대형학원과 교사 간 암암리에 문제지를 거래하는 행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며 ‘킬러문항’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라 평가원이 9월 모평에서는 어떤 형태로 출제할지, 변별력은 어떻게 확보할지 관심이 쏠렸다.

정부가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킬러문항을 없애고 ‘교과서 내 출제’를 원칙으로 삼겠다고 하자 교육계는 변별력을 갖는 문제가 사라져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측했다. 수능 출제 유형을 가늠해보는 9월 모평 역시 무난한 수준을 예상했다.

역대급 난이도로 수험생들의 멘탈을 부수는 불수능도 문제지만, 킬러문항 배제에 따른 물수능 역시 특정 집단(재학생 등)이 수혜를 본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시험이 쉬워 버리면 당황스러워 오히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불공정한 카르텔을 뿌리 뽑고 공교육 질을 높이겠다는 생각에서 밝힌 정부의 방침은 ‘쉬운 수능’이 불러올 문제를 걱정하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걱정되는 방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일 뿐이었다. 모평 후 교육계 반응은 괜찮았다. 당락을 좌우하는 국어, 수학이 평이했던 와중에 변별력 있는 문제로 체감난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하여 마냥 쉽게만 출제할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의 예상을 완벽하게 깨뜨린 모습이다.

이번 모평 문제를 살펴본 졸업생 A씨는 교수 등으로 구성된 출제진이 대단하며 “교수는 과연 교수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정부 방침이 발표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그 짧은 기간에 기조에 맞게 문제를 만들고 거기에 변별력까지 생기도록 했다. 킬러문항은 빠졌지만 교묘하게 헷갈리는 문제들이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예 생소한 문제면 패스를 하거나 찍기라도 하지만 이것도 답 같고 저것도 답 같은 그런 문제를 마주했을 때 시간을 더 소요할뿐더러 틀렸을 경우 아쉬움이 더 크다. 킬러문항이 없더라도 시험은 시험이라 수험생들이 만만치 않다고 느꼈으리라 여겨진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도 예상치 못한 문제는 보이기 마련이다.

정부의 바뀐 방침으로 일부 입시 강사들은 7월부터 인강을 다시 찍고 있는데 이번 모평이 대체로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수능 전까지 인강 업데이트를 계속해야 한다고 한들 강의를 다시 엎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은 맞닥뜨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부와 평가원은 출제와 관련해 더는 변수를 두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수험생 역시 시험이란 실력을 겨루는 자리임을 잊지 말고 모평을 토대로 그보다 조금 더 난도를 높여 대비하길 바란다.

올해 수능에 50만4600명이 지원했다. 고3 등 재학생은 32만6600명으로 전년대비 2만3600명 줄었으나 검정고시생을 포함한 재수생과 N수생은 17만8000명으로 2만명 늘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졸업생들의 선전도 두드러질 듯하다.

다만 내년부터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적용되므로 이에 따른 영향을 최소한으로 받으려면 재수보다는 빠른 승부를 볼 작정으로 임하는 게 현명한 자세라고 생각된다.

[신아일보] 이인아 기자

inah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