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흉악범죄’ 막을 수는 없었나
[기자수첩] ‘흉악범죄’ 막을 수는 없었나
  • 이상명 기자
  • 승인 2023.09.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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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대상으로 벌인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산로 성폭행 살인'이 발생하는 등 흉악범죄가 마치 활개를 치는 모습에 시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때맞춰 멈춰 있는 사형제 부활을 다시 논의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는 이때, 법무부는 지난 8월14일 가석방 없는 무기형 입법을 예고했으나 흉악 범죄 예방 효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또한 지난 7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사회에서 정말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형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고, 그 결정 이후 무엇인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묻지마식 범죄는 종종 발생해 왔으나 최근 발생한 사건들처럼 짧은 간격을 두고 연이어 터진 적은 없었다. 관련 보도에 시민들은 경악과 함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하고, 자극적인 보도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길거리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곳이 됐고, 늦은 밤 시간 유흥을 즐기던 장소들뿐 아니라 운동을 하던 등산로마저 범죄의 장소가 되고 말았다. 치안 강화에 나서겠다는 정부와 경찰의 공포에도 묻지마식 흉악범죄는 마치 꼬리를 물 듯 이어지고 있는 이 세태를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일부에선 모방 범죄를 탓하기도 하지만 법무부가 국민 법 감정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며 개정안을 발표한 것 또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성년자들의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면 '촉법 소년 연령 하향'이 이슈화되기도 하고, 김근식 등 아동 성범죄자들의 출소를 앞두고는 '무기한 치료감호'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모방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선 범죄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및 후속 대처가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법무부의 발 빠른 대처로 국민 불안을 달랠 수는 있어도 실효성 있는 형벌 제도를 제대로 설립하기 위해선 전문가들을 포함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토의가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언 발 오줌 누기식’ 개정으로 과연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민들이 처벌 강화를 촉구할 때에는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의 아픔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보자는 취지도 있겠으나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한 염원이 더 크다고 하겠다.

묻지마식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단지 처벌의 수위를 올리는 것만으로 보다 안전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내 가족이, 내 친구가, 내 동료가 우리 곁을 떠난 후 처해지는 처벌이기 이전에 그들을 우리 곁에서 지킬 수 있는 예방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vietnam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