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산율 0.7명, 교육산업 소멸된다
[기자수첩] 출산율 0.7명, 교육산업 소멸된다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3.09.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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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은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보다 0.005명 줄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율의 꾸준한 감소는 교육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번졌다.

저출산 시대, 교육인구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학령인구도 감소세다. 1990년 1000만명이던 학생 수는 2021년 600만명대로 떨어졌다. 교육기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유아 교육 시장의 위기는 초등·중등으로 이어지고 대입에서 지금은 자격증·공무원 교육 시장까지 어려워졌다. 출생아 수가 줄어들어 학교에 등록하는 학생 수와 교육 기관, 교사, 전체 교육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교육받을 아이들이 사라지니 교육기업들이 낼 수 있는 뾰족한 해결책도 없다.

교육산업도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다. 교육 콘텐츠 수요가 많을수록 제작비용이 감소하고 콘텐츠의 질을 향상한다. 교육 콘텐츠는 기획·개발 단계에서 시간과 자본 노동이 집중 투입된다. 생산단계에선 일정한 비용만 들어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평균비용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증가한다. 시장 성장기에 교육기업은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경쟁했다면 쇠퇴기에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영문으로 된 교육 콘텐츠가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영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는 지역과 인구가 많고 시장 또한 커 최대한 공을 들인 교육 콘텐츠가 선택받기 때문이다.

국내 교육기업은 생존을 위해 글로벌 진출과 신사업 발굴에 뛰어들고 있다. 앞으로 한국 교육 시장은 감소한다는 계산 속 행보다. 교육에 큰 사명이 있어도 당장 시장이 줄어드니 비용과 인력이 감당 안 되는 구조다. 교육 기업들은 대안으로 생성형 AI(인공지능)와 에듀테크 등 신기술을 접목해 혁신적 교육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힘을 써보고 있지만 앞으로 학령 인구가 더욱 감소하면 국내 교육 콘텐츠 질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출산율 통계가 나올 때마다 이제 출산율이 회복할 거라는 기대도 줄어든다. 출산율이 증가하지 못한다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 잠재력을 키우는 차선책이 필요할 때다. 특히 별다른 자원이 없어 인적 자원이 국가 경쟁력을 지탱하는 한국에선 아이 한명 한명과 교육이 더욱 소중하다.

저출산은 한국 교육산업을 무너트릴 큰 파도가 돼 밀려오고 있다. 정부는 교육 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유아 교육과 에듀테크, 사교육 지원에 대한 지혜를 찾아야 한다. 교육 기업들이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나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서슴없는 지원과 민·관이 힘을 모아 강력하고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저출산'이라는 숙제를 짊어질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덜어줄 방법이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