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막다른 길에 놓인 '금산분리'
[데스크 칼럼] 막다른 길에 놓인 '금산분리'
  • 나원재 경제부국장
  • 승인 2023.08.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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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재 경제부국장
 

금융 산업 리스크 규제가 강한 이유는 여파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여타 산업의 리스크가 불러올 후폭풍은 내부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금융 산업이 리스크에 무너지면 아무래도 거래기업의 줄도산과 예금주·투자자 가정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시중은행이 지목되고 있다.

이번 정부는 여기에 ‘과도한 이자장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독과점을 바로잡겠다는 목표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화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화를 보채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에 도전하는 대구은행의 경우 허위 계좌개설을 이유로 뭇매를 맞고 있는 터라, 은행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또한 올해 상반기 총 1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안감은 더해지고 있다.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은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금산분리(은산분리) 규제에 막힌 형국이다. 수익성을 다각화할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게 원칙이다. 금산분리는 은행 외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업종에 적용된다. 은산분리는 은행자본과 산업자본 간 분리가 골자다. 금산분리는 은산분리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불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의결권 미행사 시 최대 10%)로 제한하고 있다. 비금융의 경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지분을 각각 4%, 15% 넘게 보유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인지하고 이달 금산분리 완화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만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허용은 시스템 안전을 이유로 개선안에서 제외했다.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도입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빠졌다. 특히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과 인가 세분화(스몰라이선스) 등도 관심 밖에 놓였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권의 킬러규제에 금산분리를 포함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BTS(방탄소년단)’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함흥차사다.

‘과도한 이자장사’란 지적에 과도하게 세간의 뭇매를 맞은 금융권에서 이자장사 외에는 수익을 창출할 방법이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는 대목이다.

바꿔 말하면, 금융권은 금산분리 완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이 인터넷전문은행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는 IT(정보통신기술) 기업에게 예외적으로 해당 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결국 플랫폼 경쟁으로 번질 금융권 생태계 경쟁은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를 바로 잡겠다고 공언한 금융당국을 향한 불만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과거의 낡은 규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과거 규제를 완화해 금융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세부적인 규제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 산업은 역동적인 경제의 한 축을 이루며 발전해가야 하고, 이 과정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나원재 경제부국장

nw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