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기자수첩]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 강민정 기자
  • 승인 2023.08.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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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신조어가 한동안 유행했다. 지금 정치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은 늘 정쟁을 멈추고 민의를 받들어 일하는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일'이란 입법일 것이다. 최근 들어 입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충격을 야기했고, 자신도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예고글이 온라인에 올라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철근을 누락한 일명 '순살 아파트'가 논란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해 피해를 막을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세상이 더욱 살기 팍팍해진다. 하지만 국회는 늘상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국회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입법 보다는 정쟁 거리가 더욱 산적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논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등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정쟁만 해도 몇 가지가 된다. 이 때문에 협치는 없고 대립만 난무한 지 벌써 몇 달 째다.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무당층이 급증해가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법안도 정쟁화됐다는 것이다. '방송법'과 '간호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까지 여야가 다른 시각을 가진 쟁점 법안이 수두룩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안의 정쟁화'가 문제인 가장 큰 이유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합의 법안의 통과마저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국회가 나서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고, 오히려 이것들이 국민의 생활과 맞닿아 있는 민생법안임에도 거대 양당은 쟁점 법안에만 골몰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현실과 유리돼 있단 인상마저 준다.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말은 허울 좋은 수식어처럼만 느껴진다. 이처럼 정쟁만 하다 보니 세태 보다 늑장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게 국회의 고질병이다.

이같은 국면은 총선이 열리는 다음해 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대치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기에 22대 총선 투표가 더욱 중요하다.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되돌릴 수 있는 건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아닌 '정책'을 총선의 중심으로 끌어 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중꺾마'의 자세를, 22대 총선 투표장에서도 보여주시기를.

mj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