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용카드는 '빚'이다
[기자수첩] 신용카드는 '빚'이다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08.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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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 미성년자 신용카드 출시 경쟁이 본격화되자,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과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민법상 신용카드는 성년 연령 이상에 한해 발급할 수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은 '가족(신용)카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며 미성년자 신용카드 발급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미성년자가 부모 한도를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신한카드는 '마이틴즈', 삼성카드는 '아이디 포켓', 롯데카드는 '티니카드'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는 내년 상반기 중 미성년 가족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경제관념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 신용카드 사용을 두고 무분별한 과소비로 인한 제2의 카드대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드대란은 지난 1997년 말 발생한 IMF 외환위기에 따른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폐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도입 등 신용카드 장려 정책의 폐해다.

당시 규제 개선에 힘입어 신용이 검증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무분별하게 신용카드가 발급되며 경제활동인구(2298만2000명) 1인당 4~6장의 신용카드가 발급됐다.

여기에 경기침체와 고용 악화에 따른 소득 감소를 대출 진입 장벽이 낮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장기카드대출(카드론)로 보충하며 '카드 돌려막기'가 시작됐다.

2002년 기준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268조원, 카드 대출 규모는 412조8000억원으로 약 1.5배에 달한다.

결국 금융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금융채무불이행자)'들이 쏟아져 나오면 카드대란이 발발하게 됐다.

카드업계는 월 이용 한도를 부모가 설정할 수 있고 교육이나 교통, 병원, 편의점 등 청소년 밀접 업종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청소년 신용카드가 외려 체크카드 한계를 개선한, 편리한 용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업종 제한에도 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청소년 신용카드'로 검색하면 '신용카드로 성형외과 할부 결제되나요?', '신용카드로 온라인에서 아이돌 굿즈를 사고 싶은데 살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나온다.
 
제2의 카드대란은 아니더라도 청소년의 올바른 금융 생활을 위해서라면 발급 시 인증 시스템 도입을 통한 금융 교육 콘텐츠 이수 등 강압적인 금융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카드는 곧 신용판매, '빚'이라는 것을 사용하는 미성년자도 알아야 한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