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방구의 무게’
[데스크 칼럼] ‘방구의 무게’
  • 이종범 기자
  • 승인 2023.08.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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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뭐 이런 제목의 영화가 다 있지?"

'방구의 무게'라는 제목은 시선 끌기에 충분했다.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 교실. 시험 감독관의 참을수 없었던 한번의 ‘방귀’로 나타난 ‘나비효과’는 상당했다.

영화 ‘방귀의 무게’는 2017년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독립영화로 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 영어듣기평가 시간에 감독관이 방귀를 뀌면서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다. 감독관의 ‘방귀’ 소리 때문에 듣기평가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문제를 틀렸고, 이 때문에 대학 진학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듣기평가 시간 터진 감독관의 방귀를 그냥 넘어 갈수 없다는 학생. 이 학생은 결국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 급기야 어머니까지 학교에 와서 감독관의 머리채를 잡는 지경에 이른다. 

영화에서 ‘방귀’는 단순한 생리현상을 넘어 학생과 선생의 인생까지 바꿀 수 있는 상당한 무게를 지니고 있다. 상식적으로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방귀로 인한 나비효과. 이는 조직 수장의 말 한마디가 조직에 끼치는 영향과 다를 바 없다. 

‘방귀’에도 이처럼 엄청난 무게가 있는데 대통령이나 장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던지는 한마디 말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앞서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 대통령의 ‘공정한 수능’ 발언이 교육계에 혼란을 야기했다. 대통령은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갑작스럽게 ‘수능 출제 방향’을 언급했다. 수험생들은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에 불안해했다. 교육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원칙을 이야기했고, 이는 6월 모의평가에 반영됐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올해 수능부터 ‘공정한 수능’이 될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었다. 

헌법 제7조에서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 책임의 무게와 정도는 맡고 있는 지위와 역할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부여된 소임을 책임있게 다해야 하고 잘못이 있으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공무원이 지켜야 할 공직윤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폭우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젊은 군인은 목숨을 잃었다. 또 실패한 국제행사로 낙인 찍힌 '새만금 세계잼버리'. 2017년 말 대회 유치 이후 6년 만에 열린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폭염과 폭우 대응 미흡 등이 도마에 올랐다. 잼버리 진행에 문제가 생기자 정치권에서는 서로 네탓  공방을 벌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나라의 안전을 바라는 국민들은 정부의 잘잘못을 추궁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믿고 의지할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 있는 사과와 앞으로의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할 뿐이다. 한마디 말이 천냥 빚도 갚는다 했다.

영화 ‘방구의 무게’에서 처럼 가벼운 생리현상조차 무거워진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이종범 스마트미디어부장

baramss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