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에 부는 칼바람…1세대에 물었다
[기자수첩] IT에 부는 칼바람…1세대에 물었다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3.08.0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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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와 다르게 IT업계는 살얼음판이다. 불경기로 인한 실적 부진은 기본이고 벤처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경영과 기술 지도 등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VC)의 금융자본도 움츠러들었다.

IT업계는 경영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현장에서 만난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늘어난 유동성과 성장세로 IT종사자들의 인건비도 꽤 많이 높아졌지만 실적이 나빠지면서 불어난 인건비를 감당 못 하는 회사들이 대다수"라며 "인상된 연봉을 삭감하기는 어렵고 고육지책으로 직원 규모를 줄여서 비용을 관리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이 악화할 때 경영자가 꺼내기 가장 쉬운 카드는 비용 절약이다. A4용지 한 장이라도 절약해서 당장의 위기를 견디고 미래를 준비하자는 주문이다. 하지만 비용 절약이라는 칼끝은 정리해고나 희망퇴직을 향해있다. 설비투자가 거의 없다 싶은 IT업계 특성상 인건비가 가장 큰 비용이기 때문이다.

게임사와 SI업체를 비롯한 IT기업 등은 당장 시장성은 없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둔 프로젝트를 하나둘 해체하고 당장 수익화할 수 있는 핵심 프로젝트만 남기는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을 전환 배치하거나 정리해고를 강행한다. 무리하게 추진해 언론에 나오는 경우도 왕왕있다. 또는 혈기 왕성한 스타트업 CEO(최고경영자)가 구조조정으로 인해 개선된 기업 실적을 갖고 자신의 성과로 자랑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존폐 위기일 때 실시한 구조조정이 성장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우고 은퇴한 벤처 1세대의 이야기를 현재 경영자들도 귀담아들 필요가 있다.

해당 벤처 1세대는 닷컴 버블이 꺼지고 기업이 문을 닫아야 하는 시점에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작위로 뽑아서 희망퇴직을 받았고 회사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가야 했다. 이후 해당 기업은 투자받고 대기업에 인수로 기업 생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는 "희망퇴직 이후 남은 직원들도 언젠가 자신들도 쫓겨날 수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혀 서로 신뢰가 사라졌다. 다들 이직 생각에 초창기처럼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없었다. 창업하고 가장 후회되는 지점이다. 조금 더 진지하게 구조조정을 생각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