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리소식지, 의회와 갈등 끝에 8면 줄여 발행
[기자수첩] 구리소식지, 의회와 갈등 끝에 8면 줄여 발행
  • 정원영 기자
  • 승인 2023.08.0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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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시에서 매월 발행하는 시정소식지인 ‘구리소식’이 예산 문제로 의회와 갈등 끝에 8월호(7월25일 발행)부터 44면에서 36면으로 8면을 줄여 발행했다.

이유는 시와 시의회가 예산 문제로 심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구리시가 소식지를 축소 발행하게 된 단초(端初)는 본예산 심의로 올라간다. 시는 글자가 작아 불편하다는 노년층의 의견이 많아 판형(책자형)을 B5에서 A4로 키워 발간할 계획이었다.

또한 종잇값 상승(당시 펄프값 2배 인상)은 물론 원고료와 우편요금 등 상승 요인을 참작해 구리소식지 제작비를 전년보다 약 2억3000만원 오른 약 6억3000만원으로 시의회에 예산을 올렸으나 구리시의회는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증액분을 전액 삭감하고 전년과 같은 액수인 3억9854만원으로 동결했다.

시는 이 동결된 예산으로는 현재 시정소식지의 발행면수와 발행부수 등을 유지할 경우 10개월밖에 출간할 수 없어 10개월 치만 용역계약을 맺었고, 1~2차(3월, 6월) 추경에 시정소식지 2개월 제작비 약 7200만원을 수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의회는 계수조정을 하면서 예산집행 규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두 차례 모두 추경 요구 전액을 삭감한 것이다. 양쪽 견해를 들어보자.

의회는 “1년 연간 예산이니 확정된 예산으로 12개월 발간하라. 10개월 임의 집행은 예산집행규칙을 어긴 것이다. 면수를 줄이고 부수를 줄여서라도 12개월 치로 발행하라. 예산이 더 필요하면 같은 내용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2달에 한해 항목 변경을 해서라도 예산안을 올리라”라고 했다.

시는 “ 애초 예산은 12달 치 계상(計上)은 판형 확장과 종잇값 상승분임에도 의회는 뭉뚱그려 전액 삭감을 했다. 판형 확장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몰라도 물가상승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시는 판형을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본예산과 1~2차 추경에 제출한 약 7300만원은 종잇값 인상분이다. 의회의 처사는 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구리소식’지는 과거 반상회보로 통용되며 신문판형으로 발행됐다. 이후 민선 6기 후반부에 타블로이드판으로 발행하다가 민선 7기 2년째인 2019년 8월호부터 현행 B5판 책자형으로 발행해 집집이 배부하고 있다. 발행부수는 과거 8만8000부였으며, 2018년부터는 9만부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도 시와 의회는 갑론을박(甲論乙駁) 했다.

시의회는 “구리시 가구 수보다 많이 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공동주택 등에는 배포되지 않은 채 쌓아 둔 예도 있다.  현실에 맞게 부수를 줄여 발행하라”라고 지적했다.

시는 “9만부는 5년 전부터 발행해 온 수치다. 구리소식지는 시민의 알 권리를 구리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무료 배부하는 것을 조례로 정하고 있다. 현재 구리시 가구 수는 약 8만 600여 세대로 발행부수가 조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배포과정에서 간혹 무더기로 쌓여있는 것은 앞으로 주의 깊게 살피겠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구리소식지에 대한 구리시민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2년 전 2021년 시민 817명을 대상으로 소식지에 대해 발행 부수, 책자 크기, 배부 실태, 기사 만족 등 11가지 문항으로 만족도 조사를 했다. 87%의 시민이 만족했으며, 7% 시민만 불만족했다. 

또한 주요 시정 소식을 얻는 매체를 물었을 때 60.6%가 구리소식지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반면, 홈페이지 22.4%, SNS 12.2%로 나타나 구리시민이 가장 많은 시정 정보를 얻는 매체는 구리소식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민선 7기 구리시 정보의 효자였던 구리소식지가 민선 8기 들어 하루아침에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것은 시의회에서 주문한 삭감 요인인 선심·낭비성, 관행적 예산 틀에서 벗어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으나, 집행부가 요구한 예산을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시는 의결기관의 의회의 의견을 존중해 8월호부터는 기획특집은 4면에서 2면, 사진으로 보는 구리시·강추 이곳은 2면에서 1면, 의회 소식은 4면에서 1면, 동화이야기는 폐지해 기존 44면에서 36면으로, 표지도 얇게 조정했으며, 발행 부수도 8만1000부로 줄여 발행하는 조치를 취했다. 

2달 간 발행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으나,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다양한 소식들을 시민에게 전달하는 시정소식지 본연의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한 것이다.

이번 구리소식지 사태에 있어서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고 싶지 않다. 시의 미숙한 예산 상정, 의회의 행정기관 발목잡기식 삭감. 모두 입방아에 올랐다.

‘카더라’ 통신은 2차 추경 심의할 시기는 시의회 의원이 시의 공무원에게 폭언과 폭행 사건으로 어수선했으며, 긴장감이 돌 때라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면이 컸다는 것이다.

이번 구리소식지 사태는 시와 시의회의 갈등으로 인해 시민에게 전달되어 할 정보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여소야대의 의회와 이 의회에 대한 시는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무엇이 시민을 위한 행정인지를 의원들모두 생각해야 할때가 아닌가 묻고 싶다.

wonyoung5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