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구은행 '과점깨기' 가능할까
[기자수첩] 대구은행 '과점깨기' 가능할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7.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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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등장하는 새로운 시중은행에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달 5일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개선책으로 신규 플레이어의 시장 진출 길을 터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하면서 첫 타자로 DGB대구은행을 낙점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실현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2017년 이후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3사가 은행 이름을 내걸고 신규 진입을 했지만, 이들은 영업형태가 인터넷·모바일에 한정된 인터넷전문은행이라 시중은행과는 거리가 멀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결정은 올해 초 논란이 일었던 은행권의 ‘이자 장사’, ‘돈 잔치’ 비판과 관련이 있다. 시중은행은 금리 인상기 수혜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이를 바탕으로 막대한 퇴직금·성과급 잔치를 벌이자, 사회 곳곳에서 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수 대형은행이 시장을 독차지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은행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과점체제 깨기에 나섰다.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TF가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위해 논의한 결과물이다. 

대구은행은 전담 부서를 꾸리는 등 전환 준비에 의욕적이다. 오는 9월 중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르면 올 10월까지 전환 작업이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이 과점 깨기라는 숙제를 잘 치를 수 있을지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존 시중은행과의 체급 격차가 너무 커 제대로 된 경쟁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 대구은행과 시중은행은 수익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올 1분기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낸 하나은행이 9707억원을 거뒀는데,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1278억원에 그쳤다. 단순 계산해도 7.6배 수준이다.

경쟁력을 갖춰 과점체제 해소에 기여하려면 대구은행의 덩치가 시중은행에 걸맞은 수준까지 커져야 하지만, 자기자본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지도 문제다. 아울러 수십년 간 전국의 영업망과 인프라를 갖춘 시중은행과 대결하려면 이들과는 다른 획기적인 영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구은행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준인터넷전문은행’ 카드를 제시했다. 자체 디지털뱅킹인 ‘iM뱅크’의 디지털 부문에 힘을 줘 인터넷전문은행에 비견되는 효율성을 통해 취약한 영업망을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기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도 모바일뱅킹 부문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라, 대구은행이 후발주자로 참여해 얼마나 활약을 보여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