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오송지하차도 참사..되풀이되는 人災
[데스크칼럼] 오송지하차도 참사..되풀이되는 人災
  • 주진 정치사회부장
  • 승인 2023.07.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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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지하차도 참사도 '인재'..."홍수경보에도 차량통제 안해"
'극한 호우' 최악 대비 컨트롤타워 재점검해야
주진 정치사회부장

예고된 참사이자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되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지난 5월 결혼한 서른 살 초등학교 선생님은 임용고시를 보러 가는 처남을 데려다주기 위해 지하차도를 지나다 변을 당했다. 친구들과 1박 2일의 여수 여행 꿈에 부풀어 오송역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올랐던 24살 여성도 차디찬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삼남매 둔 40대 치과의사, 사고 이틀 전 생일을 맞았던 30대 청년, 이들의 안타깝고 황망한 죽음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지하차도, 지하주차장, 저지대 반지하가구 침수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부산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2020년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침수로 시민들이 어이없게 숨졌다. 지난해 9월에도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주민 7명이 사망했다. 올해는 오송 지하차도의 참극이 되풀이됐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전 금강홍수통제소가 청주시에 미호강 인근 도로 통제를 요구했는데도 행정 당국은 4시간이 지나도록 통행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전 제방 관리도 허술했다. 강이 범람할 것 같은데 중장비도 동원하지 않은 채 서너 명 인부가 모래포대를 쌓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9일부터 이어진 이번 ‘극한 호우’는 강수량이 매우 짧은 기간에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물폭탄 참사를 키웠다. 17일 오전 6시 현재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9명, 실종자 9명, 부상자 34명으로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가 12년 만에 가장 컸다.

집중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이하고 허술한 대처가 수해 참사를 키웠다는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일촉즉발의 재난위기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관할 타령’만 하다가 제 때 대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지하차도와 붕괴된 미호강 제방을 각각 충북도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관리하면서 체계적인 재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중앙의 재해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적인 집중 호우로 피해가 커지던 15일 새벽,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긴급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미 피해가 다 벌어지고 난 뒤인 16일 오전에야 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를 컨트롤해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탄핵심판으로 인해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주무장관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동행했다가 수해 피해가 커지자 급히 귀국해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집권여당의 대표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방미 일정으로 국내에 있지 않았다. 

지난 해 8월 호우 피해 때 사저로 조기 퇴근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는 나토 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방문하며 자리를 비웠다. 9일부터 계속 이어진 ‘극한 호우’로 수해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윤 대통령은 귀국을 미루고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수해 상황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 방문 기회는 전쟁 끝날 때까지 없을 것으로 보였다. 대통령이 서울로 간다 해도 그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재난이었다는 군색한 변명으로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5월 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자국에서 발생한 홍수로 인해 조기 귀국해 피해 수습을 진두지휘했고, 지난 해 태풍 '난마돌' 대응을 위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미 일정을 하루 연기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야당은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의 상식적이지도 않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순천당협위원장은 “대통령이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인 건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런 부분을 더 중하게 여기는 메시지가 나왔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는 18일까지 충청·전라·경상에 또다시 300㎜가 넘는 비가 계속 쏟아진다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추가적인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취약 지역을 재점검하며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재난 상황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체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jj7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