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따뜻하게 봄을 맞자
그래도 따뜻하게 봄을 맞자
  • 최 연 충
  • 승인 2010.04.1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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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來 不似 春이란 말이 있더니, 요즈음 유독 이 말이 와 닿는다.

” 예년 같으면 벌써 들녘엔 새싹들이 파릇파릇 움트고 갖가지 봄꽃도 앞다투어 피어 산하를 덮고 있으련만, 올해는 절기가 무색하게 시도때도 없이 눈발이 날리고 바람도 매서워 4월에 들어섰음에도 외투를 벗어던지기가 주저된다.

지난 몇 년 동안은 겨울이 겨울답지않게 따뜻했던 터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재앙이 코앞에 닥친게 아니냐고들 했었는데, 올겨울만 놓고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싶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아무튼 雪景조차 아름답기보다는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정도로 참 눈도 많았던데다가 유난히 춥고 을씨년스러웠던 겨울로 기억될 것 같다.

되짚어보면 지구촌 전체가 올해들어 뭔가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는 형국이다.

새해벽두부터 초강력 지진이 아이티를 강타하여 그렇잖아도 고단한 삶을 이어가던 이 작은 나라를 사실상 존망의 위기로까지 몰아넣더니, 2월에는 칠레가 진도 8.8의 강진으로 휘청거렸고 3월 들어서는 대만, 터키, 필리핀에 연이어 지진이 들이닥쳤다.

지진에 관한 한 꽤나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던 우리나라까지도 2~3월에 태안, 상주, 시흥, 제주 등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지진이 감지되었을 정도이니 분명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이 와중에 서해상에서는 또 해군 초계함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온 국민이 가슴치며 비통해하고 있다.

국토방위의 최전선에 섰다가 어이없이 스러져간 꽃다운 젊음들을, 그 가여운 넋들을 어찌할 것인가. 하루빨리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어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한편으로 희생자와 그 가족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보듬고 쓸어주어야겠다.

그것으로 그들의 빈자리가 어찌 채워질 수 있을까마는 뒤에 남아 빚을 짊어진 우리로선 최소한의 도리라도 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識者는 최근 칼럼에서 올해가 天干 10개 중에서 가장 기운이 드센 庚字 해이며 더우기 백호에 해당하는 庚寅年임을 들어 결코 순탄치 않은 한해가 될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팔자가 매우 드세다는 말이 되겠다.

연초부터 이어지는 이런저런 정황을 보노라면 딴은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레 주눅들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될 터이다.

요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매사 조심하고 정책결정 하나를 함에 있어서도 앞뒤 두루 잘 살펴서 사려깊게 처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새겨듣고싶다.

비록 턱없이 늦긴 했지만 가만히 눈길을 돌려보면 역시 봄은 소리없이 우리곁에 다가와있다.

유난히 추위가 길었던 만큼 각별히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봄이다.

힘들고 스산했던 지난겨울일랑은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리자. 움추렸던 몸도 추스르고 마음도 새로이 가다듬어 이 봄을 따뜻하게 맞이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