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도약계좌, 만기 5년의 '진입장벽'
[기자수첩] 청년도약계좌, 만기 5년의 '진입장벽'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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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됐다. 하지만 청년층 자산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년도약계좌는 5년간 매달 70만원 한도 안에서 자유롭게 저축하면, 정부가 소득과 납입금에 따라 월 최대 2만4000원을 더해주고 이자소득에는 비과세 혜택을 부여해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만 19~34세 중 개인소득 7500만원,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인 청년이다. 

은행에서 내건 청년도약계좌의 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6.0%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가 비과세 혜택을 포함할 시 연 7.68∼8.86%의 일반적금에 가입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청년도약계좌는 일단 초기 흥행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상품이 출시된 지난 15일 하루에만 7만7000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상품 출시 초 가입자가 대거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출생연도 기준 5부제 신청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 수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관심이 꾸준히 지속할지는 불확실하다. 5년이나 되는 긴 만기가 청년도약계좌의 가입과 유지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당초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처음 내놨을 당시 10년 만기에 1억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구상돼 이른바 ‘1억 통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구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만기 10년은 너무 길다는 지적에 따라 기간과 금액을 절반으로 줄인 게 지금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5년으로 줄어든 현재의 조건도 만만치 않다. 일반 시중 예·적금 상품의 만기는 통상 1~3년이다. 이마저도 길다고 느끼는 최근 청년들의 성향에 따라, 최근에는 만기 1~6개월의 초단기 상품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즉, 청년도약계좌는 최근 젊은 금융소비자 트렌드에 정반대되는 상품인 셈이다.

청년도약계좌의 미래는 과거 비슷한 사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지난 2021년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은 최고 연 10.49%에 이르는 금리 혜택으로 3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가 몰렸다. 2년 만기, 월 최대 납입금 50만원으로 설계돼 부담이 훨씬 적음에도 상당수 가입자가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했다.

이보다 만기가 훨씬 길고 납입금도 더 많은 청년도약계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일부 가입자들 사이에서 유지 부담으로 인해 ‘청년절망적금’으로 불렸는데, 청년도약계좌 역시 몇 년 뒤 ‘청년절망계좌’라는 악명이 불을까 우려스럽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