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존의 그늘, 나무에 대한 관심은 생명 유지를 위한 작은 배려
[기고] 공존의 그늘, 나무에 대한 관심은 생명 유지를 위한 작은 배려
  • 신아일보
  • 승인 2023.06.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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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덕 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나무는 인류 문명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무는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생존능력을 갖추었으며, 지구의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나무는 집단 멸종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생존해왔으며, 그 견고한 생명력은 인간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나무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나무는 산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대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가 내어주는 산소로 우리는 살아가고 우리가 주는 이산화탄소로 나무는 광합성을 한다. 또한, 나무는 서식지를 제공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뭇잎, 열매, 나무속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은 생태적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하여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게 해주는 상리공생(相利共生) 관계에 있다.

2021년 국제 식물원 보존 연맹(BGCI)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5만 8497종의 나무 중 1만 7510종이 멸종 위기며, 지금까지 멸종한 나무가 최소 142종이라 했다. 멸종 위기의 주요 원인은 바로 식량 확보에 따른 서식지 파괴, 가축 사육을 위한 벌목 등 인간에 의해서였다. 나무 등 식물이 인간과 같은 동물 못지않게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나무 등 식물을 건드리면 식물 세포가 칼슘 이온 파동을 생성하는 등 화학적, 전기적, 기계적인 신호를 통해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초식동물의 공격을 받으면 공기 중으로 화학물질을 발산해 주변의 다른 나무가 눈치채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기린이 아카시아 잎을 먹을 때 나무는 주변 나무에 경계 물질을 내뿜어 방어용 화학물질을 생성하도록 만든다. 일종의 화학 언어(chemical language)로 인간처럼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다. 캐나다 산림과학자,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에 의하면 나무들은 뿌리에 있는 균근망을 통해 탄소, 인과 같은 물질을 전송하고, 영양분과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를 지원한다고 한다.

인터넷 연결망인 월드 와이드 웹에 해당하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 부른다. 찰스 다윈은 식물의 뿌리 뇌 가설을 주장하며 뿌리가 동물의 뇌 역할을 하여 각 부위에 명령을 내린다는 가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나무가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복잡한 생화학 및 유전적 기작(機作)을 지닌 것을 보면 감정을 지진 존재라 여겨진다. 

한편 최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걷다가 나무와 지주목을 철사로 동여맨 수십 그루의 나무를 발견하고는 손수 제거한 적이 있다. 지주목은 식재한 후 바람 등으로 쓰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활착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치한다. 그러나 나무를 심고 나면 끝이라 인식으로 사후관리까지는 잘 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썩는 결속 끈으로 지주목을 매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예전에는 철사로 묶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요즘 각종 플래카드를 나무에다 묶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거할 때는 나무에 묶은 줄은 남겨두고 떼어내는 사례가 많아 고사하는 나무가 증가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서 동네 어귀를 지키고, 마을을 지키던 나무는 인간에게 조건 없는 영감을 주고 정서적인 안정과 그리움을 주었지만 인간은 나무에 무엇을 주었을까.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을 만들어 동물을 최소한으로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수목 중 천연기념물만 특이한 수목만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주변 조경수라도 제대로 보호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나무와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고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무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라도 수목보호법 같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나무의 성장을 돕고, 나무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거나, 적절한 나무 식재 및 관리에 필요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공존의 그늘이 더는 드리워지지 않도록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임창덕 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신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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