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서 龍 나기란 ‘옛말’인가
개천서 龍 나기란 ‘옛말’인가
  • 오세열
  • 승인 2010.04.0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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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를 모았던 KBS 드라마 ‘공부의 신’이 떠오른다.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맥을 잇는 교육문제 드라마로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달동네 쪽 방촌 재개발지역에 유치한 사립명문고는 개교 이래 명문대에 단 한명도 보내지 못한 삼류학교다.

가정환경이 불우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교사들도 아이들을 포기한지 오래다.

학교에서는 특별반을 만들어 명문대에 합격생을 내겠다고 공언 한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만들기 프로젝트다.

특별반에 모인 학생들의 면면은 오합지졸이다.

중국집 배달 ‘알바’를 하며 할머니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아이 공부 머리는 타고나는 거라며 자식 공부에는 관심도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다.

한마디로 무관심한 부모 아래 성적이 바닥이지만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없이 아이 혼자만으로 공부 잘하길 기대하는 건 이제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각종통계와 연구가 이를 뒷받침 한다.

한국개발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교육 비중의 확대로 고소득층 자녀의 명문대 진학률이 눈에 띠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부의 대물림현상이 갈수록 심화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가정 배경에 따라 대학 진학률이 최대 3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교육개발원의 연구 결과다.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제몫을 한다면 굳이 빚내가면서까지 아이를 과외로 학원으로 내몰 까닭이 없을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경쟁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원 강사가 교사보다 모든 영역에서 더 났다는 평가다.

경쟁력을 잃은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교과 전문성과 수업 충실성은 물론이고 인성교육 조차 학원 강사가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교사들이 할 말이 없게 됐다.

교사가 설자리를 학원 강사에게 내준 꼴이다.

이러다보니 공교육이 사교육을 능가 할 수가 없다.

교사가 열성이 부족하고 가르치는 경쟁력도 떨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가. 62세까지 신분이 보장되고 퇴직 후 연금도 두둑하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꼭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절박성이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될 때까지는 열심히 경쟁 했지만 일단 교사가 되면 철밥통 구조에 안주하기 쉽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학원 강사들은 학생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면 끝장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밤 세워 입시 전략과 교수법을 연구하고 교재를 개발하여 학생들과 소통하려고 애쓸 수밖에 없다.

이번 설문조사는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전체 학생을 상대로 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했기 때문에 같은 내용의 학교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거듭 학인 해주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고 애쓰는 교사가 많지만 그들은 근본적인 한계를 하소연 한다.

한반에 있는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의를 열심히 듣는 아이들 위주로 수업을 하는데 그 숫자가 한반에 십여 명이 채 안된다고 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권리’를 주장하는 교사들도 있다.

한 사립고 교사는 고교평준화의 가장 큰 희생자가 공부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평준화한 고교 교실에서 공부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는 교사와 친구들 모두에게 철저히 소외된다고 한다.

고교 평준화제도는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평준화가 30년 넘게 유지돼 온 지금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리고 기회 균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무능 부적격 교사는 퇴출하고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교사평가와 연계하는 방법으로 유도해야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이 바로 ‘개천에서 용 나기는 어렵다’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