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불은 끄고 새 불을 붙이자
묵은 불은 끄고 새 불을 붙이자
  • 전하술 국장
  • 승인 2010.04.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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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후인 5일이 청명이고, 다음날인 6일은 한식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번 주말에 성묘를 가느라 부산할 것이다.

청명은 24절기중의 한 날로서 ‘동국세시기’는 ‘청명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고, 임금은 이 불을 정승, 판서, 문무백관과 전국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며 수령들은 한식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 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로서 국가 의식을 다졌다는 것이다.

청명 한식날에는 산소에 잔디를 심는 사초(莎草)와, 이장(移葬), 개장(開葬)등 조상의 산소를 돌보는 것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도 흙으로 만들어진 부뚜막을 손질하고 벽을 고치고, 방바닥을 손질하는 일을 해왔다.

또 농촌에서는 일년 농사의 본격적인 시작일로 삼아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했다.

청명은 춘분 15일 후, 곡우 15일 전으로 옛부터 청명 15일 동안을 5일씩 3후로 세분하여, 오동나무의 꽃이 피기 시작하고, 들쥐 대신 종달새가 나타나며, 무지개가 처음으로 보인다고 하였다.

지난 3월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잔인한 달이었다.

따뜻한 날씨와 꽃샘추위가 연속으로 교차하다가 폭설 속에 강풍과 돌풍이 불고 황사마저 잇따랐다.

원래 우리나라의 3월은 겨울철 기압 배치가 무너지고 봄철 배치로 넘어가는 과도기여서 대기 불안정성이 심한 시기이지만 올해는 더욱 유별났다.

게다가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되는 변고에 우리는 커다란 충격과 고통을 맛보아야만 했다.

4월은 다시 시작하는 달이다.

아픈 마음을 굳게 추스르고 ‘묵은 불은 끄고 새 불은 붙이고’,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다시 시작하고’, ‘오동나무 꽃과 종달새 노래 소리, 그리고 무지개’를 기다리자.